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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도·시의원 3명 중 1명 ‘전과’… 보령은 12명 중 11명

충남 광역·기초의원 229명 중 75명 전과 기록, 전과율 32.8%
기초의원은 179명 중 61명, 3명 중 1명 이상 전과
천안아산경실련 “거대 양당 깜깜이 공천 검증 시스템 강화해야”

6·3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충남 광역·기초의원 3명 가운데 1명꼴로 전과 기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기초의회에서는 전과 기록을 가진 의원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등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령시의회는 당선자 12명 가운데 11명이 전과 기록을 보유해 전과자 비율이 무려 91.7%에 달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6월 3일 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6월 3일 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의회가 주민 생활과 지역 행정을 감시하고 지방정부의 예산과 정책을 심의하는 핵심 기관이라는 점에서 정당의 공천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0일 공개한 ‘6·3 지방선거 당선자 전과 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충남 광역·기초의원 229명 가운데 전과 기록을 보유한 당선자는 7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원의 32.8%가 전과 기록을 보유한 셈이다. 이들이 가진 전과 건수는 모두 96건으로 전과자 1명당 평균 1.3건이다.

 

◇기초의회는 더 심각…3명 중 1명 전과

 

기초의회만 따로 떼어 보면 전과자 비율은 광역의회 보다 더 높다.

 

충남 15개 시·군의회 당선자 179명 가운데 61명이 전과자로, 전과자 비율이 34.1%에 달한다. 말 그대로 주민들이 선출한 기초의원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가장 높은 곳은 보령시의회다. 전체 의원 12명 가운데 11명이 전과자로 전과율이 91.7%에 달했다. 사실상 의원 대부분이 전과 기록을 보유한 셈이다.

 

청양군의회 역시 7명 중 4명으로 57.1%를 기록했다. 이어 부여군의회와 예산군의회가 각각 45.5%, 금산군의회와 태안군의회가 각각 42.9%로 40%를 넘어섰다. 홍성군의회 36.4%, 서산시의회 35.7%, 공주시의회 33.3%도 충남 기초의회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논산시의회는 13명 가운데 1명(7.7%)으로 가장 낮았고, 천안시의회도 30명 가운데 5명으로 16.7%를 기록했다. 계룡시의회 14.3%, 당진시의회 23.1% 등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도 있었다.

 

◇‘전과자 수’보다 무거운 것은 반복된 전과

 

이번 자료에서 주목할 대목은 단순히 전과자가 몇 명이냐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의원의 경우 여러 건의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여군의회 백용달 의원은 환경보전법·건축법·수질환경보전법·대기환경보전법·산지관리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모두 7건의 전과 기록이 기재됐다.

 

예산군의회 김영진 의원도 공무집행방해 2건과 음주운전, 공동재물손괴, 상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6건의 전과가 기록됐다.

 

서천군의회 박노찬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집회·시위법 위반, 사기,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2건, 공직선거법 위반 등 5건을 기록한 것으로 자료에 나타났다. 특히 부여군의회는 전과자 5명이 12건, 예산군의회 역시 전과자 5명이 13건을 기록해 전과자 1명당 전과 건수가 각각 2.4건과 2.6건으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물론 전과 기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의원의 현재 의정활동이나 자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범죄의 종류와 시기, 형의 종류와 경중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얼마나 엄격하게 검증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책임은 유권자에게만 물을 수 있나

 

이번 통계가 던지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정당 공천 시스템이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전과자를 포함한 부적합 후보들이 대거 공천·당선된 배경으로 거대 양당의 ‘내리꽂기식 깜깜이 공천’을 지목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큰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검증보다 정당 기여도나 개인적 관계 등이 우선되면서 전과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공천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논쟁의 초점은 ‘전과자가 출마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현행 선거제도상 일정한 법적 요건을 충족한 후보의 출마 자체를 전과라는 이유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정당이 후보자를 공천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과거 행적을 검증하고, 유권자에게 얼마나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느냐다.

 

특히 지방의원은 조례 제정과 예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지역 행정을 직접 견제한다. 지방정부의 수십억·수백억원대 예산과 각종 개발사업을 심의하는 자리인 만큼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직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공천은 정당, 선택은 유권자’라는 구조의 허점

 

이번 결과는 지방선거의 구조적인 문제도 보여준다.

 

정당은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를 걸러낼 수 있지만, 최종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결국 정당이 검증을 충분히 하지 않은 후보라도 공천을 받으면 유권자는 제한된 정보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당의 공천 기준을 강화하고 후보자의 전과 이력을 선거 이후에도 상시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통계에서 충남도의회 역시 50명 가운데 14명이 전과 기록을 보유해 28.0%를 기록했다. 기초의회보다 낮지만 도의원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전과 기록을 가진 셈이다.

 

결국 이번 전과 실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전과가 있는 사람이 왜 당선됐느냐”가 아니라 “정당은 왜 그 후보를 공천했고, 유권자는 어떤 정보를 가지고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필요한 것은 당선자들의 전과 기록을 공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지방선거부터라도 정당이 공천 단계에서 어떤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전과의 종류와 시기·형량 등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