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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그 밤은 길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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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간밤 폭설에

 

쌓인 눈을 받아내느라

휘청 휜 흰 가지 위

 

제 몸만큼의 눈더미를 녹여내며

언 가지를 부여잡고 새벽까지 앉아 있던 새가

 

너였구나

네 작은 발가락은 얼마나 애달았을까

 

밤새 열에 들뜬

내 이마에 얹혀 있던

 

네 손바닥처럼

여름 가운데, 일부러 찾아든 시에서는 폭설이 내렸다. 눈 쌓인 가지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았다. 이런 풍경을 더듬더듬 그리다 보면 더위가 좀 가시려나. 눈은 계속해서 쌓이고, 쌓인 눈을 받아내느라 가지는 얼마쯤 휘었다. 얼마쯤 얼었다. 제 체온으로 언 가지를 녹이려는 것처럼, 밤새 꼼짝없이 거기 그대로 앉아 있던 조그만 새. 그의 밤은 얼마나 길었을까. 잠시 계절을 잊은 채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시 속 새를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무섭도록 쌓이던 눈과 창틈을 비집고 들던 사나운 바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꼼지락대던 시린 발. 그럼에도 아주 쓸쓸하지는 않았던 어느 겨울밤의 기억. 발끝의 이불을 끌어당겨 꼼꼼히 덮어주던 한 사람의 손길. 어쩌면 애달았을지도 모를 그 손의 기운은 지금껏 불시울처럼 남아 있다.

 

불볕 아래 땀을 훔치며 지난겨울을 떠올린다. 얼어붙은 물과 땅과 나무를. 그러다 금세 그것들을 달래는 어떤 손을 생각한다. 난기(煖氣)는 좀체 가시지 않는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