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연남교 아래 하천 바닥이 말라 있었다. 물길이 지나던 자리는 검은 퇴적토와 잔돌로 덮였다. 군데군데 남은 웅덩이가 다리 그림자를 받아 번들거렸다. 바닥에서는 젖은 흙냄새와 비린내가 올라왔다.
웅덩이 가장자리에 잉어가 있었다. 등이 물 밖으로 드러난 채 옆으로 누워 아가미를 벌렁거렸다. 몸통 절반이 자갈 바닥에 닿아 있었다. 몇 걸음 옆 얕은 물에는 이미 움직임이 멎은 붕어가 배를 보이고 떠 있었다. 물은 발목에도 차지 않았다.
호스가 물을 대신 날랐다. 하천 바닥을 가로질러 주황색과 파란색 호스가 길게 이어졌다. 서대문구청 관계자가 양수기를 돌려 상류의 물을 끌어왔다. 파란 호스 끝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웅덩이에 작은 파문을 만들었다. 기계가 뿜는 물소리만 마른 하천에 울렸다.
서울에는 지난달 말부터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이어졌고, 이 기간 강수량은 거의 없었다. 하천으로 흘러드는 물이 줄면서 수심이 얕아지고 수온이 올랐다.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며 어류 폐사가 잇따랐다. 바닥이 드러난 구간에서는 퇴적물이 노출돼 악취와 수질 악화도 함께 나타났다.
홍제천은 북한산에서 시작해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11.1㎞의 지방하천이다. 여름이면 산책로와 물놀이 인파가 몰리던 곳이다. 이날 다리 밑 그늘에는 시민 몇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물가에 나온 아이들은 물 대신 드러난 돌바닥 위를 걸었다. 수위를 재는 교각의 눈금은 물에 닿지 않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다. 낮 동안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오르고,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은 입추였다. 절기는 가을로 넘어갔지만 비 소식은 없다. 잉어는 호스가 뱉어낸 물웅덩이 안에서 아가미를 움직였다. 이날 홍제천의 물은 하늘이 아니라 양수기에서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