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전통의 메달밭이었던 한국 사격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에 그쳤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 3·은 4·동 5개, 2023 항저우 대회에서 금 2·은 4·동 8개를 따내며 예전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은 ‘깜짝 금빛 총성’을 이어가며 부활에 성공했다. 대표팀조차 올림픽 전만 해도 금메달 1개에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정도 따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어린 여성 사수들이 예상을 뛰어넘은 기량을 선보이며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수확해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르네상스를 맞이한 한국 사격이 다음달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직전 두 대회를 훨씬 뛰어넘는 호성적을 예고했다.
대한사격연맹은 1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를 개최해 대회에 임하는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장갑석 총감독을 비롯해 지도자와 대표 선수 30명 전원이 참석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 10m 공기소총의 반효진(19)과 여자 10m 공기권총의 오예진(21), 여자 25m 권총의 양지인(23)도 황금세대의 선두주자답게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격해 세계 챔피언다운 면모를 뽐낸다.
한국 사격은 이번 아시안게임 목표를 금메달 5개와 은메달 9개, 동메달 5개로 잡았다. 장 총감독은 “한 발 한 발에 혼을 담아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쏘아 올리겠다”면서 “사격은 0.1점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종목이다. 대표팀 전원이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국 사격의 저력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시켜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사격의 현재이자 미래로 자리매김한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인방’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부담감을 떨쳐내고 제 기량을 펼쳐보이겠노라 공언했다. 3인방 중 맏언니인 양지인은 “올림픽 금메달로 인해 부담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올림픽도 그저 대회 중 하나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지난 항저우가 첫 아시안게임이었는데, 제 기량을 펼쳐보이지 못했다. 이젠 막내에서도 벗어났고, (오)예진이와 (봉)서린 언니가 있어서 든든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리에서 금메달을 따낸 10m 공기권총 외에 25m 권총에도 도전하며 두 종목 석권을 노리는 오예진은 “개인전만 있었던 올림픽과 달리 아시안게임에는 단체전도 있어서 오히려 더 든든한 것 같다”며 “올림픽 금메달 때문에 제게 쏠린 기대로 인해 부담도 느끼지만, 스트레스 받을 땐 노래방에 가서 소리도 지르며 풀고 있다. 나고야에서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좋은 경기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1년 7월에 사격을 시작해 3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제패했던 ‘천재 사수’이자 3인방 중 막내인 반효진도 여전히 통통 튀는 성격으로 미디어데이 무대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게 징크스였다는 반효진은 “경기 전날 오늘의 운세를 항상 보곤 했는데, 너무 거기에 의존하는 것 같아 이젠 그 징크스를 없앴다. 대신 올해 초에 사주를 봤는데, 올해 후반기에 집중하라고 하더라. 제게 딱 맞는 사주 같다”고 웃었다.
파리 올림픽 당시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다’라는 메모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반효진은 “그때만 해도 아무런 경험이 없는 선수였다 보니 가진 게 없어서 패기 있게 했던 메모였지만, 지금은 최대한 겸손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첫 경험이다. 단체전도 있으니 언니들에게 막내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통통 튀는 젊은 피들의 뒤에서는 오랜 기간 총을 겨눠온 베테랑들이 무게중심을 잡는다. 남자 10m 공기권총의 소승섭(48)은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무려 37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제 아들도 사격을 시작했다. 좀 더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노력했더니 제 자신에게 확신이 생겼다”면서 “아들, 딸뻘의 어린 선수들에게 ‘형, 오빠’라는 소리를 들으며 젊은 마음으로 총을 쏘고 있다”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여자 산탄총 트랩의 이보나(45)는 “(소)승섭 오빠 덕분에 최고참 타이틀을 면해서 다행”이라면서 “사격 안에서도 산탄총 종목이 팀도 많이 없고, 선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버틴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산탄총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면 한다. 다음 세대의 발판이 되고 싶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신구 조화가 어우러진 황금세대를 앞세운 사격 대표팀은 향후 스포츠과학원에서 수집한 뇌파 트레이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인천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며 남은 기간 담금질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