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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 가치 있다”더니 고개 숙인 황희…사과로 끝난 ‘버스 하우스’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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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뒤에 가린 구체적인 주거 설계
“의도와 달리”…비판에 사과한 황희
AI는 겹겹이 버스 쌓은 이미지 생성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해 청년들의 임시 거처로 활용하자며 이른바 ‘버스 하우스’의 검토 가치를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거센 비판 역풍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해 청년들의 임시 거처로 활용하자며 이른바 ‘버스 하우스’의 검토 가치를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거센 비판 역풍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생성한 ‘버스 하우스’ 가상 이미지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해 청년들의 임시 거처로 활용하자며 이른바 ‘버스 하우스’의 검토 가치를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거센 비판 역풍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생성한 ‘버스 하우스’ 가상 이미지

 

앞서 황 의원이 지난 7일 내놓은 구상은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에 배치하고,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택을 마련하기 전까지 단기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황 의원은 리모델링 비용을 대당 5000만원 정도로 잡으면 1만세대를 공급하는 데 5000억원 수준이면 가능하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주장했다.

 

다만, 버스 1대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과 1만세대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1만대를 어디에 배치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황 의원은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 공간 활용 방안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버스를 세울 토지와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그리고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설명은 제시하지 않았다.

 

주거공간이라면 생활 기반시설도 필요하다. 전기와 수도, 하수도, 통신망을 연결해야 하고 냉난방과 소방시설도 갖춰야 한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버스 한 대마다 마련할 것인지, 공동시설을 별도로 설치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유지 관리 비용을 더하면 황 의원이 제시한 5000만원이라는 수치는 주거 정책 예산이 아닌 차량 개조 견적서에 불과해진다.

 

관리 문제도 남는다. 1만곳의 주거공간을 누가 운영하고 고장이나 시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거주자가 바뀔 때마다 청소와 수리를 어떻게 할지 등의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버스를 개조하는 순간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의 거주 공간을 계속 운영하는 사업이어서다.

 

황 의원이 사례로 제시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보트 하우스’도 단순히 폐선박을 집으로 바꾼 사례로만 보기는 어렵다. 암스테르담의 하우스보트는 수상 공간에서 주거가 형성된 오랜 역사와 도시의 운하 환경 속에서 발전해온 주거 형태다. 선박을 개조해 물 위에서 생활한다는 결과만 가져와 도로 위의 폐버스를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정책과 동일선상에 놓기에는 배경이 다르다.

 

암스테르담에서도 배를 운하에 가져다 놓는 것만으로 주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박 공간과 관련 규정, 각종 생활시설과 관리가 필요하다. 낡은 선박을 활용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도시 환경과 제도가 함께 형성되면서 하우스보트가 하나의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올해 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정책방향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올해 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정책방향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황 의원의 제안에 국민의힘은 “나라의 미래인 청년에 대한 대책인가”라며 “황 의원 본인과 가족들로부터 당장 ‘버스 하우스 1호 입주자’로 들어가는 모범을 보이라”며 맹공을 펼쳤고,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논란이 커지자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청년들에게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힌 상황이 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송구하고 또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치권 바깥에서도 ‘청년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제안’이라거나 ‘청년의 주거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길래 저런 제안이 나오느냐’ 등 비판이 이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황 의원은 10일 SNS에 올린 글에서 “본 의도와 달리 청년세대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청년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주거 문제의 엄중함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며 “주거 당사자인 청년들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해, 상처와 실망감을 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청년들의 현실적인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보다 실질적이고 완성도 높은 주거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는 황 의원이 제시한 버스 하우스를 생성해달라는 프롬프트(명령)에 겹겹이 쌓은 버스를 결과물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