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다음 주 방한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할지 주목된다. 남북한은 물론 북한과 미국 대화까지 모두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한·중 양국은 왕 부장이 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두고 주요 의제와 세부 일정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왕 부장의 방한이 성사되면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급 인사의 첫 방한이 된다. 왕 부장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양국 관계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 예방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면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중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할지 여부다. 중국은 최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공식 발표에서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7년 만에 북한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후 중국 외교부와 북한 관영매체의 회담 발표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북한도 시 주석의 방북 전부터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다만 중국이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중 관계 관리를 위해 양자 관계에서는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왕 부장이 이번 방한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비핵화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 7월23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의장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담기자 즉각 반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일축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정부는 중국 측에 비핵화뿐 아니라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역할도 요청할 전망이다. 남북·북미 간 공식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북·중 관계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도 다시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월 중국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이를 계기로 남북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논의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