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KAI) 지분을 15% 이상 취득했다. 지난달 8일 12.44% 보유 공시 발표와 함께 한화시스템의 연내 5000억원 한도 내 추가 매입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이다. 1대 주주인 수출입은행 뒤를 이은 2대 주주자리가 확고해진 만큼 한화그룹은 KAI 인수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10일 계열사 한화시스템이 KAI 지분 3.45%를 장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가 됐다. 한화는 상장사인 KAI 주식을 15% 이상 취득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동시에 한화는 KAI 지분 15.89%를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양사간 사업 협력을 통한 시너지 제고에 나선다. 현재 글로벌 수출 확대 지원을 포함한 K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 확대와 경영 참여 시도가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 내다본다. 과거부터 공공연하게 KAI를 노려왔던 한화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미 방산과 항공우주산업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올라선 한화그룹이 KAI를 원하는 배경에는 대형화와 결합효과가 있다.
우선 대형 방산업체인 KAI를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외형을 키울 수 있다. 한화그룹이 국내에선 알아주는 방산 회사지만 세계 시장에선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수익 순위는 21위에 그친다. 한화그룹보다 월등히 큰 RTX와 제너럴 다이나믹스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매출 규모를 늘려야 한다.
한화그룹과 KAI는 결합효과도 상당하다. 한화는 항공엔진과 유도무기, 레이더, 위성, 지상·해양방산에서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KAI는 전투기, 헬기, 무인기 등 체계종합 역량을 갖췄다. 쉽게 말해 자동차 산업으로 따지면 한화는 부품업체, KAI는 완성차 업체와 같은 존재다. 양사가 힘을 합치면 육상, 해상, 항공은 물론 우주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우주·항공·방산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물론, 인수에 꽃길만 놓여 있지는 않다. KAI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정부의 승인이 필수다.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 26.41%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