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에 ‘이 3가지’ 없었더니…”
쉰다섯 살에 고혈압도 당뇨도 없고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앞으로 치매 없이 지내는 기간은 평균 30.1년이다. 세 가지 위험요인을 모두 안고 있었다면 17.5년이다. 차이는 12.6년.
미국 뉴욕대(NYU) 랭곤헬스 연구진이 성인 1만2409명을 평균 26년간 추적한 결과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뉴롤로지 오픈 액세스’에 지난 5일 게재됐다.
◆위험요인 0개 30.1년, 3개면 17.5년
연구진은 1986년부터 진행된 미국 장기 지역사회 연구 ‘ARIC(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시작 당시 참가자 평균 연령은 56세, 치매 환자는 없었다.
연구진이 주목한 건 중년기에 흔한 세 가지 혈관 위험요인, 고혈압과 당뇨병, 현재 흡연 여부다. 고혈압은 혈압 140/90㎜Hg 이상이거나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로, 당뇨병은 당화혈색소(HbA1c) 6.5% 이상이거나 진단·약물 복용 이력이 있는 경우로 분류했다.
55세 기준으로 위험요인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앞으로 평균 30.1년을 치매 없이 지낼 것으로 추정됐다. 위험요인이 하나면 26.3년, 두 개면 21.0년으로 줄었다. 세 개를 모두 가진 경우엔 17.5년에 그쳤다. 고혈압·당뇨·흡연이 하나씩 겹칠 때마다 치매 없이 살아가는 기간이 계단식으로 짧아졌다.
◆치매 위험 42%가 23%보다 높았던 이유
평생 치매가 발생할 위험은 세 가지 위험요인이 없는 집단에서 42.0%로 계산됐다. 세 가지를 모두 가진 집단은 23.0%였다.
얼핏 보면 고혈압과 당뇨가 있고 담배까지 피우는 사람이 오히려 치매에 덜 걸린다는 얘기로 읽힌다. 정반대다.
위험요인이 많을수록 치매가 흔해지는 고령에 이르기 전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통계적 착시다. 추적 기간 참가자 3008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고, 5238명은 치매가 발생하기 전 사망했다.
연구 책임자 조세프 코레시 NYU 랭곤 최적노화연구소장은 “중년기부터 이 세 가지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뇌 건강을 10년 넘게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23%라는 숫자를 ‘치매 위험이 낮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 치매 없이 오래 산 게 아닌 치매에 걸릴 연령까지 생존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이 포함된 결과다.
연구진은 45세 이후 혈압과 혈당을 꾸준히 확인하고 흡연을 피하는 것이 뇌 건강에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올해 치매 100만명 시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치매역학조사와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올해 65세 이상 치매 인구는 101만4865명으로 추정된다. 처음 100만명을 넘어서는 해다.
2030년 121만2315명, 2040년 179만5287명, 2044년엔 200만7848명으로 2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 가족의 45.8%가 돌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도 지역사회 거주 환자는 평균 1733만9000원, 시설·병원 환자는 3138만2000원에 달했다.
이번 연구에서 격차를 만든 건 특별한 치료법이 아니었다. 중년기에 고혈압과 당뇨병을 피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 이미 질환이 있다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