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대표적 저항시 ‘그날이 오면’, 장편소설 ‘상록수’ 등을 남긴 작가 심훈(본명 심대섭, 1901∼1936)의 친필 원고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미국에 거주하는 심훈 유가족이 소장해온 문학 자료 46건(59점)을 기탁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기탁된 자료에는 시 ‘그날이 오면’이 수록된 ‘심훈시가집’, 장편소설 ‘상록수’, ‘직녀성’, ‘영원의 미소’ 친필 원고와 영화 각본 등이 포함됐다. 심훈의 사진과 부고 전보 등 개인사적 자료도 다수 들어 있다.
특히 일제 검열 탓에 생전에 간행되지 못한 ‘심훈시가집’은 문학사와 항일독립운동사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시가집은 1932년 심훈이 단행본으로 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검열로 무산됐다. 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관에 제출했던 원고에는 일제의 검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표지와 내지 곳곳에 붉은 선과 붉은 도장이 선명히 남아 있다. 공개 자료에는 이 밖에도 1936년 베를린올림픽 손기정 선수 금메달 획득 소식을 듣고 쓴 것으로 알려진 ‘오오, 조선의 남아여!’ 등도 포함됐다.
심훈은 일제강점기 한국 문단을 대표한 소설가이자 시인, 언론인이다. 1919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4학년 재학 중 3·1 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렀고, 이후 중국 상해로 건너가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사상가들과 교류했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장은 “심훈의 ‘그날이 오면’은 구한말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쌍벽을 이루는 일제 치하 ‘제2의 절명시’로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번 자료는 미국에 거주하던 심훈 유가족이 보관해 온 것이다. 심훈의 셋째 아들 심재호(1936∼2021)씨는 심훈이 세상을 떠난 해에 태어나 아버지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지만, 부친이 남긴 문학 자료를 정리해 평생 간직했다.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자택에 자료를 보관해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19년부터 유가족 측과 자료 수집을 협의해 7년 만인 올해 6월 초 기탁약정서를 체결했고, 자료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심훈의 손녀 심영주·심영민씨는 10일 서울 은평문화원에서 열린 국외 입수자료 공개 기자회견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