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4의 지진이 콜롬비아를 강타하고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취임 사흘 만에 국가 재난과 맞닥뜨린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콜롬비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콜롬비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가 224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AFP통신은 콜롬비아 주도협의회를 인용,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69명, 부상자는 6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지 한국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앙지인 초코주는 밀림 지대인 오지로, 육로로 접근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어서 피해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실종자 집계 사이트에는 11일 자정 기준 3400명 이상이 등록돼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강진은 10일 오전 7시34분쯤 태평양 연안 초코주 산호세델팔마르 인근 지하 107㎞ 깊이에서 발생했다. 콜롬비아지질청은 이번 지진이 21세기 들어 콜롬비아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으로 칼리, 페레이라, 퀴브도, 마니살레스 등 콜롬비아 서부 여러 도시에 피해가 집중됐다. 현지 매체는 전국에서 지진으로 주택 1575채가 손상됐고, 61채는 완파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의료시설 18곳, 교육기관 52곳, 도로 구간 18곳, 공항 7곳도 파손됐다. 항공 당국은 지진 발생 이후 페레이라 등 서부 지역 6개 공항에서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커피 생산지인 중서부 산악지역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정전과 물자 부족 속에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은 이틀째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도 직접 망치 같은 도구를 들고 생존자 수색 돕기에 나섰다. AFP통신은 “구조대원과 주민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벽돌과 건축 잔해를 치웠고, 몇 분마다 작업을 멈추고 아래에 갇힌 사람들의 생존 신호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은 지난 7일 취임 후 사흘 만에 재난 대응에 나서게 됐다. 그는 10일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면서 “생명을 보호하고 피해를 본 공동체를 돕고,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지원을 하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며 “사람들을 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을 잃은 국민을 위해 임대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치안 유지를 위해 보안군 10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의 첫 번째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콜롬비아는 환태평양지진대인 이른바 ‘불의 고리’에 속한 곳으로, 매달 수천건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1999년에는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해 약 1200명의 사망자를 냈다. 수잔 반 데르 리 노스웨스턴대 지진학자는 로이터에 “콜롬비아는 여러 주요 지각판의 상호 작용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베네수엘라 강진과 지난달 일본 구마모토현 강진에 이어 또다시 중남미 지역이 흔들리면서, 불의 고리가 다시 활발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즉각 지원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콜롬비아 복구를 위해 1550만달러(약 22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엘살바도르, 칠레 등 인접 중남미 국가도 지원을 약속했다. 지진 복구 중인 베네수엘라도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바티칸 측은 “레오 14세 교황이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며 “사망자의 영원한 안식과 비극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드린다”고 애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를 통해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소중한 가족과 이웃을 잃으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