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하영의 증조부를 비판하고, 하영의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하영의 증조부를 친일 확정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지난 7일 하영은 정해인과 함께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했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을 홍보하기 위해 참석한 자리,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등장한 하영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당시 방송에서 하영은 "증조부께서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라고 얘기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는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등장했다. 안상호는 일본 도쿄에서 서양의학을 배운 뒤 한국인 최초로 서양식 병원을 연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왕실 진료도 참여한 그는 1919년 고종이 쓰러졌을 당시 일본인 의사와 함께 진료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안상호가 친일 의혹을 받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1918년 매일신보에 실린 기사에 안상호가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뒤 "나는 일본 사람과 똑같다, 지금 조선 옷은 한 벌도 없고 매운 음식도 못 먹는다"라고 말한 내용이 알려지며 친일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10일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측은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가 맞지만, 온라인에 올라오는 내용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혹이 거세지자 11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라며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이런 상황 속 하영의 증조부 친일 의혹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소설가 소재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복절을 앞두고 씁쓸한 기사를 봤다"라며 "친일 행적을 가진 조상조차 자랑거리인 세상이 됐다, 살다 살다 친일파 조성 자랑질까지 보게 되다니"라고 반응을 보였다.
이어 "우리 역사가 친일파를 처단하지 못한 탓"이라며 "만약 역사가 친일을 처단했다면 후손이 저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일을 한 후손들이 부끄럽고 독립투사의 후손들이 당당한 현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바꾸면 된다, 매국을 처단한 역사를 선례로 남겨 매국을 자랑하는 후손들에게 수치와 부끄러움을 알려주자"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안상호의) 고종독살설은 '암살설'이고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풍문에 불과했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간주된다"라며 "당시 주치의라고 해서 그를 친일파로 모는 것은 잘못되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다만 심 소장은 "(안상호)가 엘리트였고 대정친목회 등 친일파들이 많이 참여했던 단체에 소속된 것, 그리고 일본이 시정 홍보를 할 때 그의 집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만년의 그가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친일 부역 행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특정 단체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 소장은 "여배우의 잘못이라면 그러한 가족사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조상의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자랑을 일삼은 우리의 일상과도 별다를 바 없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하영의 증조부 친일 의혹에 대한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하영은 14일에 예정됐던 '이런 엿같은 사랑'의 인터뷰 일정을 취소했다. 언론과의 만남의 자리를 미루게 된 하영이 과연 이에 대해 향후 직접 입장을 밝히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