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월경자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세관국경보호국(CBP) 자료를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남서부 국경에 최소 1천200마일(약 1천930㎞)에 달하는 1, 2차 장벽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미국 남서부 국경 전체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장벽을 교체하거나 보강하는 데 사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담아 지난해 7월 제정된 법률을 통해 국경 장벽 건설에 약 470억달러(약 66조4천억원)의 전용 예산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국경 장벽 사업에 투입된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해당 예산은 2029년 9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계획의 핵심은 국경에 가장 가까운 1차 장벽의 길이를 현재의 약 2배로 늘리는 것이다. 1차 장벽은 일반적으로 약 5.5∼9.1m 높이의 철제 울타리 형태로 설치된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4개 주에서 모두 공사가 시작됐다. CBP에 따르면 이미 330억달러(약 46조6천억원) 이상의 건설 계약이 체결됐다.
행정부는 기존 1차 장벽을 보완하기 위해 국경에서 더 떨어진 곳에 2차 장벽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텍사스 농촌 지역인 빅벤드에는 장벽을 설치하는 대신 차량의 진입을 막는 낮은 차단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가시성이 떨어지는 험준한 지형에는 차량용 장벽과 스마트 카메라, 감지 센서, 신규 진입로가 조성된다.
텍사스 남부 리오그란데강에는 이민자들이 강을 건너 입국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형 주황색 부표를 닻으로 고정해 설치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최대 규모의 건설 사업으로, 완공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국은 1차 장벽을 내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행정부가 완공한 국경 장벽은 450마일(약 724㎞)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부분은 기존 울타리를 교체하거나 보강한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장벽 건설 예산에 지속해 반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군과 재무부 예산을 장벽 사업에 전용하려 했다.
이번에는 대규모 예산이 이미 확보된 만큼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크게 줄었다.
특히 이번 장벽 건설 재개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던 불법 월경이 최근 급감한 가운데 강행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비판론자들은 불법 입국자 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기존에 장벽이 없던 시골 지역까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장벽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토지 소유주, 환경 단체, 활동가들의 대대적인 반발로 진통을 겪었던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정책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장벽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편이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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