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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라 부른다고 남북관계 달라지나…“변화 맞춰 새 틀에서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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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구조적 변화에 맞춰 통일의 방향과 남북관계의 원칙을 다시 정하고, 북한 공식 국호 사용 문제도 새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북한에 대해 조선민주주의공화국(조선)이란 호칭을 쓰느냐 마느냐가 남북관계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 만큼, 국호 문제보다 변화한 남북관계가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연구학회는 11일 한국국제정치학회, 한국정치학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함께 ‘한반도 평화공존과 북한 국호 사용’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변화한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조선’이라는 국호 사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통일부는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공식 국호로 부르는 문제를 주도하기보다는 공론화를 뒷받침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 오찬간담회를 했다. 남북관계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공식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는 문제와 관련, 지난 30여년간 남북 합의서에 쓰인 만큼 새로운 시도로서 논란이 될 사안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 오찬간담회를 했다. 남북관계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공식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는 문제와 관련, 지난 30여년간 남북 합의서에 쓰인 만큼 새로운 시도로서 논란이 될 사안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스1

◆ 달라진 남북관계…남한 내 ‘통일 인식’도 변화  

국제기구나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공식적으로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 부른다. 남북한은 각각 유엔 회원국이고, 지난 30여년 간 남북 간 합의서에도 ‘조선’ 국호가 쓰였다. 그러나 2023년 12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관련 문구를 삭제하는 등 남북을 별개의 국가처럼 분리하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처럼 통일을 당연한 목표로 보기보다 남북이 서로 다른 국가로 존재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통일의식조사에서는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9.0%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평화공존’에 대한 지지는 63.2%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남북을 ‘단일민족이지만 다른 국가’로 보는 응답이 32%, ‘다른 민족이면서 다른 국가’라는 응답이 28%, 남북을 별개의 정치적 실체로 보는 인식이 60%에 달했다. ‘단일민족·단일국가’라는 인식은 22%에 그쳤다. 한의석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은 “여론 추세는 국민적 인식이 이미 남북관계를 ‘특수관계’의 규범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용적 평화공존’과 ‘국제법적 두 국가 실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2월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확인하며 대남 강경 노선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2월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확인하며 대남 강경 노선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남북관계 구조적 변화 맞춰 새 틀에서 논의돼야”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북한 공식 국호 사용 문제는 새로운 남북관계 틀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선언과 이후 남북 간 제도적·물리적 분리가 이어진 만큼 통일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지,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관리할지도 체계적으로 정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를 경우 북한의 법적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인지, 헌법상 영토조항과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현행 법체계와 충돌하지는 않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 소장은 “국호 문제 뿐 아니라 두 국가론에 따른 북한의 국가성·국제법적 승인 문제부터 군사분계선과 국경의 법적 성격, 남북 주민의 국적과 법적 지위, 대사관·상주대표부 설치 여부, 교역·통행 체계, 종전선언·평화협정 주체 등 다양한 쟁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평화적 두 국가’는 북한을 법적인 국가로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체제·주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 민족 부정, 영구 분단, 북한 주민의 외국인화 또는 군사분계선의 국제국경화를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 호칭에는 체제 인정 여부와 대북 적대 인식 등 이념적 쟁점이 얽혀 있는 만큼 법감정과 국민 여론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칭을 바꾼다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나 적대적 태도가 달라질지에 대한 회의론과, 자칫 국제사회에 통일을 포기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해서다. 한 부회장은 “호칭 문제는 단순히 언어의 선택을 넘어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과 한반도 미래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라며 “이념과 진영 논리에 따른 소모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 공론화 조사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국민적 합의 도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