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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홍해에 미사일…미국·이란 협상 '불씨 꺼지나'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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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헬기, 이란 해상봉쇄 공습…친이란 후티도 홍해통제 맞불
트럼프, 경제·군사 압박 병행…이란, 장기전 작심한 강경론
중재국 '모종의 합의' 낙관에도 협상부진·긴장악화에 유가 상승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입구에서 상선을 겨냥한 공격이 재발하면서 중동의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급격히 악화했다.

양국은 주변국이 중재하는 대화의 여지를 형식적으로 남겨두고는 있지만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강대강 대치를 지속해 종전 협상의 불씨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미군 AH-64 아파치 헬기가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군 중부사령부 제공
미군 AH-64 아파치 헬기가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군 중부사령부 제공

1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군 헬기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각각 상선을 공격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공격에서 파나마 선적 선박이 대이란 해상봉쇄를 위반하려 했다며 미 해군 MH-60 헬리콥터가 공대지 정밀유도 미사일인 헬파이어 2발을 발사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오만만으로 진입하던 중 파키스탄 연안에서 공격받았으며, 선원 17명 전원의 안전이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비슷한 시점에 호르무즈 대체 항로인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후티가 이집트 선박을 겨냥해 미사일을 쐈다.

예멘 정부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집트 회사 소유의 소형 화물선 티하마호를 향해 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선원을 포함해 6명이 숨졌다.

이는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후티의 상선 공격에 따른 첫 인명 피해가 된다.

반미, 반이스라엘을 표방하며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일원인 후티는 지난달 20일 홍해에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예맨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공개한 영상 속 미사일이 홍해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예맨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공개한 영상 속 미사일이 홍해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후티는 그 뒤로 선박을 공격해 홍해를 위험한 무역로로 만들었는데 이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앞세운 이란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양대 원유 길목인 홍해까지 전운이 드리우면서 국제유가는 또다시 뛰어올랐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8.91달러로 1.4% 상승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20달러로 전장 대비 1.3% 상승했다.

중재국에서는 일단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진전을 시사했다.

파키스탄의 카와자 아시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양국이 "모종의 합의'에 근접했다면서 "최근 2~3일간 나타난 신호들은 양측이 어떤 형태로든 합의에 도달하기 직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란 관영 SNN 통신은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부 장관이 이날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이 다시 협탁에 앉을 돌파구는커녕 중재국을 통해 도출되는 접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관측되지 않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은 호르무즈 재개방을 위한 조건으로 중동 내 미군의 철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전쟁 배상금 지급, 대이란 제재의 해제, 동결자산 해제, 대리세력 공격 금지 등을 요구한다.

미국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 시급한 문제이지만 미국을 사실상 패전국으로 간주하는 이란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

그 때문에 이란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짐짓 장기전을 작심한 태도를 과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은 대외적으로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기싸움을 속절없이 되풀이했다.

그간 협상과 위협 사이를 오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 인터뷰에서 대이란 전략으로 경제 압박과 군사 타격을 양손에 쥐고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우리가 그들의 자금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가 내버려 두기만 해도 그들은 실패할 것"이라고 경제 제재를 위협하면서도 또 다른 선택지로 "그들을 정말, 정말 강하게 타격하는 것"을 거론하며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강경파 목소리를 키우며 맞불을 지폈다.

혁명수비대 사령관 출신 초강경파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수장에 오른 모흐센 레자이는 이날 미국이 전쟁을 끝내고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대사 면담에서 "미국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근원"이라며 "이란에 불법적인 전쟁을 강요해 지역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태도를 바꾸고 이란의 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 해제 및 동결 자금 반환을 압박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