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감옥도 이렇게 좁고 덥지는 않을 거예요.”
한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오르며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70대 경비원 A씨가 근무하는 공간은 성인 1명이 겨우 몸을 돌릴 수 있는 0.5평 남짓한 초소다. 작은 책상 옆에서 낡은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더위를 쫓기엔 역부족이었다. 온도계에 찍힌 초소 내부 온도는 37.8도.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였다.
A씨는 초소 안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수시로 밖으로 나왔다. 순찰을 돌며 바람을 쐬거나 초소 밖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틀어 머리를 적시는 것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었다. A씨는 “선풍기에서도 뜨거운 바람이 나와 안에만 있으면 열사병에 걸릴 것 같다”며 “차라리 밖에 나와 있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근무 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 싶어도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A씨는 현재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그는 “나이 먹은 사람들은 마음대로 일터를 옮기기도 힘들다”며 “괜히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고 했다가 ‘그럼 더 좋은 데 가라’며 잘릴까봐 말도 못 꺼낸다”고 털어놨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한 아파트 경비실에는 2010년대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벽걸이형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벽걸이형 설치가 어려워 이동식 에어컨을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경비원 B씨는 “연식이 오래되긴 했지만 시원한 바람은 아직 잘 나온다”며 “요즘처럼 더운 날엔 이거라도 있어서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관내에서도 단지별로 경비실 냉방 환경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공동주택마다 시설 여건과 관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앞둔 일부 노후 단지에서는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경비실 냉방시설에 추가 비용을 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비원 C씨는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 언제 철거당할지 모르니까 주민들이 에어컨을 안 놔준다”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폭염 작업 시 사업주는 냉방·통풍장치 가동이나 작업시간 조정, 휴식 부여 등 근로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경비실마다 에어컨 설치를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서울시 차원의 실태조사도 5년 전인 2021년이 마지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보통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이후에는 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입장”이라며 “에어컨이 없는 곳에는 독려 공문을 보낼 수 있지만 오래된 단지에 재건축까지 맞물려 있다면 관리사무소에서 자체적으로 근무자를 충분히 배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비실 냉방 문제를 개별 아파트 단지의 배려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폭염 속 노동자의 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비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초소는 공간이 협소하고 냉난방에 취약해 폭염이나 혹한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경비실 냉방 문제는 개별 노동자와 아파트 단지 간 협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근로권 차원에서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가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른 만큼, 적정한 온도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사회적 기본권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폭염 속 아파트 경비실의 엇갈린 냉방 환경을 담은 취재 영상은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