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강릉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그중에서도 안목해변 카페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바다를 마주한 카페에서 동해 풍경을 즐기는 모습은 강릉 여행의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금은 카페거리를 찾기 위해 강릉을 여행 일정에 넣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이곳의 시작은 40여 년 전 해변을 향해 줄지어 서 있던 ‘커피 자판기’였다.
15일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따르면 강릉 안목 카페거리가 커피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초부터다. 당시 안목해변에 늘어선 커피 자판기가 관광객을 끌어모았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됐다. 1990년대 이후 커피 명장들이 강릉에 정착하고 전문점과 로스터리 카페가 잇따라 문을 열면서 자판기 중심이던 커피 문화가 전문점 중심으로 재편됐다.
◆ 해변 따라 줄지어 선 자판기 커피에서 시작
1980~1990년대 안목해변에는 해변을 따라 커피 자판기가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고, 이곳은 청춘들의 데이트 명소로 자리 잡았다.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는 경험은 안목해변만의 문화가 됐다. 이후 전문 카페와 로스터리가 들어서며 지금의 카페거리로 발전하는 출발점이 됐다.
◆ 2000년대부터 본격화한 커피문화
강릉이 ‘커피 도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꼽히는 박이추 명인이 2000년 강릉에 자리를 잡으면서 핸드드립 등 전문 커피 문화가 확산됐다. 한국관광공사는 박 명인을 강릉을 커피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박 명인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애호가들이 강릉을 찾았고, 이후 로스터리 카페와 전문점도 잇따라 들어섰다.
안목해변의 풍경도 달라졌다. 자판기 대신 개성 있는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전문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자판기 커피로 형성된 해변의 명성에 전문 커피 문화가 더해지면서 안목해변은 ‘커피를 마시러 찾는 곳’으로 진화했다.
◆ 2002년 테라로사 등장…‘커피 공장’에서 관광명소로
2002년에는 강릉 구정면에 테라로사 커피공장이 문을 연다. 당시 테라로사는 대형 카페 형태가 아니라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 원두를 공급하는 로스팅 공장 형태였다. 이후 커피를 직접 볶고 원두의 맛과 향을 경험하려는 방문객이 늘면서 테라로사는 카페 공간을 열었다.
이때부터 강릉 커피 문화는 단순히 ‘마시는 커피’에서 원두와 로스팅까지 경험하는 문화로 확장됐다. 박이추 명인이 핸드드립을 통해 오늘날 커피 문화를 알렸다면, 테라로사는 로스터리 문화를 확산시키며 강릉의 커피 문화를 한층 다양하게 만들었다.
◆ 2009년 커피축제…‘커피’가 도시 브랜드가 되다
강릉의 커피 문화가 개별 카페를 넘어 도시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는 축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강릉시는 2009년 강릉커피축제를 시작하며 커피를 지역의 대표 관광 상품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강릉커피축제는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는 지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안목해변에서 시작된 커피 문화가 축제를 계기로 강릉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카페거리’를 넘어 ‘커피 도시’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 바다·커피·관광의 결합…강릉만의 경쟁력
강릉 카페거리의 성장 과정은 단순히 카페가 늘어난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해변 자판기 커피에서 시작된 일상에 1세대 바리스타의 정착, 로스터리 문화, 지역 축제와 관광 콘텐츠가 더해지며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발전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안목해변을 따라 형성된 강릉커피거리를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대표 관광지로 소개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은 대중화에 날개를 달아줬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통유리창과 테라스,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들이 사진과 영상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됐다.
40여 년 전 자판기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던 풍경은 이제 통유리창과 테라스를 갖춘 카페로 바뀌었다. 공간과 방식은 달라졌지만 ‘바다와 함께 커피를 즐긴다’는 강릉만의 경험은 이어지고 있다. 형태는 변했지만, 파도 소리와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여전히 강릉을 찾는 가장 완벽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