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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교신 엿듣고 한미기밀 빼내고…‘퇴역 중국군’ 도심 속 첩보전

한미 공군 주둔 군산서 SDR로 통신 도청…평택 미군기지선 직원 포섭해 UFS 자료 탈취
‘외국인 간첩죄’ 개정안 시행 전 범행…형량 낮은 ‘일반이적죄’ 적용 논란

대한민국 국군과 주한미군의 핵심 군사기지 주변에서 교신 내용을 도청하고 한미 연합훈련 기밀을 조직적으로 수집해 온 중국인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퇴역 군인으로, 군산 공군기지와 평택 미군기지 인근에 거점을 두고 수년간 대외비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일반이적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60대 중국인 A씨를, 일반이적 및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40대 조선족 B씨를 각각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륙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륙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인민해방군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퇴역한 전직 군인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부터 한미 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전북 군산공항 인근에 숙소를 잡고 단방향 전파수신기(SDR)와 안테나, 노트북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전투기와 관제탑 간 교신을 도청한 혐의를 받는다.

 

SDR 수신기는 특정 주파수의 신호를 잡기 위해 전용 칩과 회로 등을 교체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달리 노트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다양한 대역의 주파수를 수신할 수 있다.

 

A씨는 2024년 1월부터 한미 연합 공중훈련 시기에 맞춰 관광비자로 여러 차례 입국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입국해 범행하던 중 지난 7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그가 수집한 정보를 출국 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전달한 뒤 훈련 일정에 맞춰 재입국한 것으로 보고 배후를 추적 중이다.

 

인민해방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알려진 B씨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정문 인근에서 군용물품점을 운영하며 신분을 위장했다. B씨는 기지 내 한국인 근무자 C씨를 포섭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계획과 인사 자료 등을 빼돌리고, 부대 내부의 무기 이동 상황을 촬영·수집한 혐의를 받는다.

 

중국군 출신 민간인들이 국내에서 이적 활동을 펼치다 적발된 건 이례적이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이들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간첩죄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시행일이 오는 9월13일로 예정돼 적용 시점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간첩죄 대신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이적죄(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로 수사받게 됐다.

 

경찰은 압수한 장비들의 포렌식을 통해 수집된 군사 기밀이 중국 당국이나 제3국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