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부발전 신서천발전본부의 석탄운반선 입·출항을 지원하는 예인선이 정계지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약 4년간 발전소 앞 해상에 투묘한 채 대기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예인선은 발전소에 석탄을 실어 나르는 연안수송선박의 안전한 이·접안을 돕고, 하역 중 선박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긴급 출동해 부두시설을 보호하거나 선박의 안전한 출항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예선업체는 정계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예인선을 신서천화력부두 전면 해상에 대기시켰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기 장소가 다른 선박이 오가는 해상이라는 점이었다. 예선업체는 2025년 7월 중부발전에 보낸 공문에서 예인선이 장기간 투묘하면서 주변 통항 선박의 운항을 방해하고 접촉·추돌·충돌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상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예인선 선장과 업체가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 정계지 못 쓰자 발전소 앞 해상에 ‘장기 투묘’
예선업체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예선업체가 중부발전에 보낸 문서에 따르면 2021년 5월 한국중부발전 본사에서 ‘예선정계지 계류안전성 대책 협의회’가 열렸고, 같은 해 8월에는 정계지 기본설계 보고서가 마련됐다. 하지만 시설개선공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잠정 보류됐다.
이후에도 시설개선 일정은 계속 늦어졌다. 2022년 8월 서천군이 예선업체에 전달한 회신에는 한국중부발전 측이 정계지 시설개선공사를 그해 12월까지 완료해 예선 접안 여건을 개선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완료 시점은 다시 미뤄졌다. 2023년 8월 중부발전 감사실은 시설보강을 2024년 3월까지 완료하고 인허가청 준공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2024년 6월에는 다시 계류윈치 설치 일정 지연이 통보됐고, 2024년 12월로 예정됐던 일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2025년 6월 중부발전은 계선윈치 설치 완료 및 운영 시점을 같은 해 12월부터 2026년 1월로 제시했다.
예선업체는 이 같은 시설개선 지연이 이어지는 동안 예인선을 신서천화력부두 전면 해상에 투묘한 채 예방정비와 비상출동 대기, 부두시설물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 4년간 반복된 시설개선 지연…결국 해상 대기장소 옮겨
예인선이 발전소 인근에 대기한 이유는 단순히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예선업체는 연안수송선박이 하역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두시설을 보호하고 선박의 안전한 출항을 지원하기 위해 예인선이 발전소 인근에 대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계시설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발전소 앞 해상에 투묘하는 방식으로 이를 대신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 문제도 계속 제기됐다.
예선업체는 2025년 6월 보령해양경찰서를 찾아 예인선 정계지 지연에 따른 안전성 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업체가 중부발전에 보낸 문서에는 당시 보령해경이 예인선의 장기 투묘 상태를 항로상 장기 점유 상태로 보고,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업체 측에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빠른 시일 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것을 안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예선업체는 이 같은 해경의 안전성 자문을 받은 뒤 더 이상 해상 투묘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7월 14부터 예인선 대기 장소를 보령항으로 옮겼다.
◇ 안전한 곳으로 옮겼더니…비상출동은 3~4시간
문제는 안전한 장소로 예인선을 옮긴 뒤 또 다른 딜레마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예선업체는 2025년 9월 중부발전에 보낸 공문에서 보령항을 예인선 임시 정계지로 이용하게 되면서 신서천부두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출동에 3~4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예인선이 발전소 가까이에 있으면 비상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해상에 장기 투묘해야 하는 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반대로 안전한 보령항으로 옮기면 비상출동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예선업체는 같은 공문에서 신서천부두에는 방파제 등 차폐시설이 없어 너울과 파랑, 강조류, 돌풍 등 환경적 위험요인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주장하면서, 연안수송선박이 접안한 뒤 하역 과정에서 계류삭과 해상환경을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중부발전에 요청했다. 또 예선업체는 예인선을 보령항으로 옮긴 이후에도 신서천부두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예인선 상시 대기체계가 필요하다며 정계지 확보 필요성을 다시 제기했다.
◇ ‘예인선은 어디에 있어야 하나’가 아니라 ‘왜 4년이나 걸렸나’
결국 신서천화력 예인선 정계지 문제의 핵심은 예인선이 어디에 머물 것인가라는 단순한 장소 문제가 아니다.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예인선이 안전하게 대기하면서 동시에 긴급상황에는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는 정계시설을 왜 수년 동안 확보하지 못했느냐가 본질적인 질문이다.
2021년 안전대책 협의회와 기본설계 이후 2022년, 2024년, 2025년으로 시설개선 일정이 반복해서 제시됐지만 실제 정계지 정상 이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예인선은 발전소 앞 해상에 장기간 투묘했고, 결국 안전 문제를 이유로 보령항으로 대기 장소를 옮겼다.
현재는 계선윈치가 설치됐지만, 중부발전이 지난 5월 예선업체에 보낸 공문에는 실제 운전 과정에서 계류로프의 클로즈드 초크 마찰과 오토텐션 운전 때 설비 트립 현상이 확인돼 개선조치를 시행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부발전은 해당 계선윈치가 무인 완전자동화 설비가 아니며 선박 측에서 계류삭 관리 인력을 통해 적정 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4년 동안 반복된 정계지 문제는 단순히 예인선 업체의 불편이나 비용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예인선이 발전소 인근에 있어야 한다는 운영상의 필요와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해상안전 원칙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년간 미뤄진 시설개선의 책임과 관리체계는 무엇인지가 향후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특히 실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동안의 대기 방식이 안전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021년부터 예선업체가 해상교통사고 위험과 정계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결국 2025년 보령항으로 대기 장소를 옮긴 만큼 시설개선 일정이 반복해서 연기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안전성을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세계일보는 신서천화력 예인선 정계지 시설개선 지연 과정과 안전관리 책임, 현재 정계지의 안전성 등에 대해 한국중부발전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추가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