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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큰손' 하이닉스 수요 줄이나…공사채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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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드 확대 불가피…"현금 많아 결국 돌아올 것" 시각도

공사채 발행시장의 분위기가 이번 주 들어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주까지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손쉽게 모으던 흐름이 한 주 만에 꺾였다.

12일 채권시장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 채권 발행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던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기업이 주주환원 확대를 준비하면서 채권 수요를 줄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돌았다. 이 여파로 그동안 순항했던 공사채 발행마저 부진을 겪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이후, 올해 3분기 중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9월 중엔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회사는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내에서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활용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채권 발행시장에는 부담이다. 고금리 환경에서 위축된 발행시장을 든든히 받쳐주던 하이닉스의 채권 수요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닉스가 채권시장에서의 새로운 자금 집행을 당분간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향은 이미 발행시장과 투자심리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초우량 공사채인 한국전력공사채(AAA)는 이날 당초 계획보다 물량을 줄여 채권을 발행한다. 애초 5천억원 내외를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발행금리가 민평 대비 7~8bp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자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전일 입찰에서 2년물 800억원, 3년물 700억원, 5년물 500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발행금리는 각각 4.00%, 4.22%, 4.41%로, 입찰 전일인 지난 10일 민평 3사 평균금리보다 7.6bp, 7.9bp, 7.6bp 높았다.

지난주와 온도 차가 크다. 지난주 한전채는 2년 9개월물이 4.065%에 2천900억원, 3년물이 4.105%에 7천800억원 발행됐다. 당시 금리는 입찰 전일 민평금리보다 각각 6bp와 2bp 낮은(언더) 수준으로, 강한 수요를 확인한 바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AAA)는 2년 6개월물 1천400억원을 3.98%에 발행해 민평금리보다 1bp 높았다. 주금공채도 지난주가 더 강하게 발행됐다. 지난 6일 발행된 2년물은 3.773%에 5천억원 발행됐는데, 민평금리보다 2bp 낮았다.

인천교통공사(AA+)도 이날 3년물을 200억원 발행한다. 발행금리는 4.31%로 전일 민평금리보다 약 10bp 높다.

전일 발행된 평택도시공사(AA)는 가산금리가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1년물과 2년물은 각각 800억원과 200억원 발행됐다. 1년물 발행금리는 3.928%로 민평대비 약 14bp 높게, 2년물은 4.206%로 민평대비 약 12bp 높게 발행됐다.

한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이날 발행된 크레디트물을 보면 대체로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며 "하이닉스가 매수를 중단한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가 바뀐 모습"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분위기가 바뀌면서 공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발행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건들이 유통시장으로 흘러나오면 그만큼 공사채 가격이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하이닉스 수요만 믿고 미리 발행 예정 물량을 높게 잡아놓은 곳들에서 곤란해질 것"이라며 "이런 물량은 결국 시장에서 소화돼야 하는 만큼 유통시장에서 싼 가격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상당해 자금을 운용할 적절한 투자처가 필요한 만큼 다시 들어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매수 모멘텀이 잠시 꺾일 수 있지만, 영업이익이 계속 쌓이고 단기간 끝날 추세는 아닌 것으로 보여 크레디트물을 계속 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