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일부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이 국제 스포츠계의 뜨거운 논란으로 번졌다. 경영권을 넘기는 것도 아니고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과 각국 축구협회는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계획은 좌절됐다. 일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축구계 종사자들은 민영화로 오해하고 반대했다.
민영화는 정부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기업과 사업을 민간에 넘기는 정책이다. 세계적인 민영화 열풍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와 맞물려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정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국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국영기업의 낮은 생산성,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국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었다. 마거릿 대처 정부는 정부가 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시장 경쟁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고, 영국통신, 브리티시가스, 브리티시에어웨이, 브리티시스틸 등 대표적인 국영기업을 민간에 매각했다. 민영화 이후 경쟁이 촉진되면서 생산성과 서비스가 개선되고 정부의 재정 부담도 줄어들자 민영화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같은 시기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도 시장경제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미국은 애초 국영기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식 대규모 민영화보다는 규제 완화와 정부 기능의 민간 위탁, 경쟁 촉진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항공·통신·금융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의 창의와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경제의 활력을 높이려 했다. 대처가 ‘소유의 이전’을 통해 시장을 확대했다면, 레이건은 ‘정부의 역할 축소’를 통해 시장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민영화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FIFA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월드컵은 단순한 상업적 브랜드가 아니라 전 세계 축구계가 함께 축적해 온 공공적 자산이다. 여기에 민간 투자자의 수익 논리가 결합되면 대회의 운영 방향이 상업성에 치우치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FIFA는 기업과 같은 민영화의 대상이 아니라 공공성과 거버넌스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판단이 우세했던 것이다.
결국 민영화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다. 첫째, 경쟁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가. 둘째, 자연독점이나 필수 공공서비스는 아닌가. 셋째, 민간이 정부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넷째, 정부는 소유자가 아니라 공정한 규제자로 남을 수 있는가. 다섯째, 민영화 이후에도 국민의 후생이 실제로 증가하는가. 이러한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면 민영화는 혁신과 효율을 가져오는 훌륭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성이 강하거나 이해관계의 공정성이 핵심인 영역이라면 정부의 소유와 책임이 오히려 사회 전체의 신뢰를 높일 수도 있다.
민영화 논쟁의 핵심은 어떤 거버넌스가 국민의 편익을 극대화하고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가이다. 시장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히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분야는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영화의 기준은 소유가 아니라 거버넌스이며, 정책의 목적은 민영화 자체가 아니라 국민 후생의 극대화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 연세대 법무·경제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