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직장인들의 행복도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음에도 이직을 시도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만족도가 떨어지면 이직 시도가 늘어나는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경기 침체와 노동시장 위축으로 직장인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12일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한국노동연구원과 공동 개발해 발표한 ‘블라인드 지수’ 결과에 따르면, 행복 점수 50점 이상을 받은 기업 비중은 전년 47%에서 올해 33%로 14%포인트(p) 감소했다. 행복 지수가 상승한 기업은 100여 곳에 불과했던 반면, 하락한 기업은 370곳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한국 직장인 3만 43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 같은 업종이라도 극명한 격차… SK하이닉스·네이버 웃고, 삼성전자·카카오 울고
기업별 조사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8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SAP코리아·한국남동발전(82점), 구글코리아(80점), 한국주택금융공사(79점)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산업군 내부에서는 기업에 따라 재직자 행복도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반도체 업계에서 SK하이닉스는 상위 3%에 올랐으나 삼성전자는 상위 60%에 그쳤다. 플랫폼 업계 역시 네이버가 상위 2%를 기록한 반면 카카오는 전년 상위 46%에서 올해 상위 93%로 급락하며 큰 온도 차를 보였다.
직군별로는 변호사(54점), 의료인(51점), 의사(50점) 등 전문직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반도체·회로 설계를 담당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49점)는 처음으로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지수가 가장 낮은 직군은 기획자(36점), 직업군인(37점), 고객서비스(40점) 순으로 집계됐다.
◆ 이직 감소는 만족 아닌 '관망'… 조직 내 '암묵적 이탈' 경고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행복도 하락에도 최근 1년 내 이직을 시도한 직장인 비율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시장 냉각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해석한다.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금의 이직 감소는 만족이 아니라 위축된 노동시장에서 나타난 관망의 결과”라며 “몸은 남아 있어도 마음이 떠난 조직은 활력을 잃게 되며 이러한 암묵적 비용은 생산성과 혁신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블라인드가 인공지능(AI)으로 상·하위 기업 재직자의 게시물 21만 8000건을 분석한 결과, 상위 기업군에서는 하위 기업군에 비해 조직 이탈 대신 개선을 전제로 한 대화나 질문이 1.8배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