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가짜 구속영장 들이밀며 모텔에 ‘셀프감금’… 나체 촬영에 억대 공탁금까지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경찰, 태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피해자 68명에게 67억원 편취
수사관·검사·금감원 직원 역할 부여
가짜 검찰청 사이트 개설·구속영장 위조
나체사진으로 성착취물 제작도

태국 방콕에 거점을 마련하고 검찰·금감원을 사칭해 약 67억원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범죄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태국 거점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의 한국인 총책 A씨 등 11명을 범죄단체활동죄, 전기통신사기환급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를 포함한 9명은 구속했다.

 

67억원대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원들이 태국 방콕에 소재한 조직의 사무실(콜센터)에서 검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67억원대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원들이 태국 방콕에 소재한 조직의 사무실(콜센터)에서 검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2월까지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67억원 상당을 편취하고 나체 사진을 촬영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조직원 9명을 검거 후 한국으로 송환해 구속했고 국내에 입국한 2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범죄수익 1억5700만원은 추징보전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해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니 시키는대로 하라”고 협박하며 피해자를 인근 모텔에 ‘셀프감금’시켰다. 이어 “구속 전 ‘보호관찰’ 절차로 신체수색을 진행하겠다”며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해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다른 조직원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사건해결 공탁금’을 금감원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고 피해자를 속였다. 피해자들을 철저히 속이기 위해 각 범행 단계별로 정교하게 위조한 구속영장, 신체검사서 등 공문서와 가짜로 개설한 검찰청 사이트까지 동원했다.

 

이 조직은 철저한 역할 분배와 엄격한 규율로 움직였다.

 

태국 방콕에 있는 S타워와 T빌딩에 콜센터를 차리고 조직원들에게 각 ‘1선(검찰 수사관)-2선(검사)-3선(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철저하게 역할을 부여했다. 업무 실적에 따라 1선→2선→3선으로 승진시켜 수당을 더 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분배하기도 했다. 1선은 편취금의 4%, 2선은 10%, 3선은 13%를 수당으로 지급받았다. 조직은 1∼2선 조직원들을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한 뒤 이들을 1달여간 인근 합숙소에서 합숙시키며 범행 시나리오를 학습하게 했다.

 

태국 방콕 거점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이 위조한 피의자 신문 조서·구속영장·신체검사서. 서울경찰청 제공
태국 방콕 거점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이 위조한 피의자 신문 조서·구속영장·신체검사서. 서울경찰청 제공

조직원들의 여권을 빼앗아 보관했으며 △출퇴근 시간 엄수 △근무 중 개인 휴대전화 사용 금지 △퇴근 시 관련 자료 파기 등 조직을 통솔하기 위한 근무수칙도 있었다. A씨는 이를 매일 보고 받고 관리하며 이를 어길 시 중국인 총책 B씨와 함께 조직원에게 욕설·폭언하며 여권을 경찰에게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신체를 구타했다.

 

경찰은 미검 피의자 9명을 인터폴 적색수배했으며 태국 경찰과 국제공조를 통해 검거할 예정이다.

 

이계형 금융범죄수사대 피싱사기수사2계장은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교하게 위조된 공문서를 제시하고 허위로 국가기관 사이트까지 개설하는 등 그 수법이 매우 치밀하다”며 “경찰청·금감원 등이 범죄에 연루됐다며 신체수색을 하거나 사건 해결을 위해 금원을 요구하는 경우 절대 이에 응하지 말고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