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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병원 찾아 헤매다 110㎞ 달려 익산으로”… ‘응급실 뺑뺑이’ 여전

충남 아산서 수소문 끝 원광대병원行
19개월 아이 장중첩증 진단·신속 치료

“아이를 치료할 병원을 찾는 게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원광대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충남 아산에 사는 한 부모가 복통을 호소하는 19개월 아이를 치료할 병원을 찾아 7시간 넘게 헤맨 끝에 전북 익산까지 110㎞를 달려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이는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장중첩증 진단을 받고 신속하게 치료받아 건강을 회복했지만,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지역을 넘어 이동해야 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익산에 자리한 원광대학교병원 야경.
전북 익산에 자리한 원광대학교병원 야경.

13일 원광대병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일 주말 오전 복통을 호소하는 생후 19개월 자녀를 데리고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나섰다. 아산 지역 소아청소년과와 종합병원을 직접 찾거나 전화로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진료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A씨는 여러 의료기관에 계속해서 문의했고, 수소문 끝에 원광대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A씨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아산에서 익산까지 110여㎞를 달렸다. 장시간 병원을 찾아 헤맨 끝에 도착한 원광대병원 응급실에서 아이는 장중첩증 진단을 받았다.

 

장중첩증은 장의 일부가 인접한 장 안으로 말려 들어가 겹치는 질환으로 주로 영유아에게 발생한다. 복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치료가 늦어질 경우 장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아이에게는 항문을 통해 공기 등을 주입해 겹친 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공기 정복술이 시행됐다. 응급실과 영상의학과 등 관련 의료진이 신속하게 협력하면서 치료가 이뤄졌고, 아이는 상태가 호전돼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A씨는 아이의 치료를 마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응급실 7시간 뺑뺑이 끝에 원광대병원으로…사랑해 원대’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아이를 치료할 병원을 찾는 게 막막했는데 원광대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빠르게 진료하고 친절하게 도와준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아이를 치료한 조영민 원광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장중첩증은 진단부터 치료까지 여러 진료과의 신속하고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질환”이라며 “치료가 늦어지면 예후가 좋지 않지만, 이번에는 응급실과 영상의학과 등 관련 의료진이 긴밀하게 협력해 원활한 치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아이가 제때 치료받아 무사히 회복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주지만, 동시에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응급환자와 보호자가 수많은 병원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다니며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응급환자의 경우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주말이나 야간에는 선택지가 더욱 좁아져 보호자의 불안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처럼 보호자가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 치료 병원을 찾을 수 있었지만, 모든 환자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응급환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치료의 골든타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 소아응급의료 공백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광대병원 의료진의 신속한 협진이 한 아이의 건강을 지켜낸 가운데, 이번 사례가 단순한 미담을 넘어 지역과 진료과를 가리지 않고 응급환자가 필요한 순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