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에 관한 뉴스가 넘쳐난다. AI 기술의 발전은 인류 생활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경제사회적 동력이 되고 있다. AI 경제는 원자력발전 등 연관 산업도 번창시킨다. ‘금광이 잘 되면 청바지 업체가 번창한다’는 이치다. AI 관련 투자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주가는 급등락한다. 또한 AI로 인한 고용 감소와 새로운 형태의 경제권력 출현 등 사회 문제와 윤리 문제가 우려된다. AI 산업의 고비용과 그에 따른 저효율성 문제도 제기된다.
장차 AI의 어떤 부작용이 있든 간에 “AI 기술을 독점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는 말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이미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경쟁은 핵 능력이나 해군력 경쟁보다 AI 기술과 산업의 선두 다툼이 더 크게 부각된다. 그것은 AI 기술생태계 구축과 규범화를 주도하는 경쟁으로 표출될 것이다. 중국은 윤리적 통제보다는 국가권력의 정치적 통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통일된 보편적 규범을 기대할 수는 없다. AI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수록 민주주의체제와 독재체제 진영 간의 대립은 더 심화될 것이다.
AI는 살상무기도 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은 AI가 군사력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것을 크게 일깨웠다. 그리스신화에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기계노예(automaton)를 만들자 제우스가 당장 전투노예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처럼, 역사상 새로운 발명은 뭐든지 살상무기로 이용되었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나 핵에너지, 생물, 화학적 발명이 모두 그랬다. 그에 따라 전쟁의 사상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전쟁 교리와 장군들의 전술 능력은 늘 뒤처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70만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죽게 한 장군들의 무지는 그로부터 50년 후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30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초래했다.
10년 전 ‘유령함대’라는 소설은 중국이 첨단기술인 군집드론 공격으로 하와이를 점령함으로써 미·중 전쟁이 발발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전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식 참호전과 포병의 위력을 재현했다. 전쟁 기술은 과거의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섞여가며 축적된다. 마찬가지로 AI 시대에도 평화와 억지력을 보장하는 것은 여전히 국가의 총체적인 힘이다. 독자적 AI 기술, 즉 AI 주권(sovereign AI)만이 곧 안전과 번영의 조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각자도생의 시대에는 기술력과 생산능력, 공급망 안전 그리고 자국 통화의 가치를 동시에 갖추는 것이 곧 국력이다. “대한민국을 대체 불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그것을 의미할 것이다. 정부의 “1000조원 메가프로젝트”는 그러한 국력을 실현하는 한 축이다.
AI 시대에는 정책결정자의 복합적인 통찰력이 정책을 성공으로 이끈다. 안보와 외교에서는 여전히 역사적 통찰력이 불분명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 지혜는 AI의 효능이 아닌 인간 능력의 영역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념이나 인맥으로 뭉치는 카르텔 구조에서는 모두가 공부를 게을리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축구협회가 그 적나라한 사례를 보여준다. 무능한 축구감독은 전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도이지만, 무능한 경제정책은 가난한 국민의 재산을 털어먹고 빈부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든다. 무지한 장군들은 안보태세를 손상시킨다. 지난 수년간 군 관련 사건과 최근 1군단 관련 뉴스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한편, 무능한 외교관은 국익을 손상시킨다. 원인과 결과가 빛의 속도로 연결되는 AI 시대에는 무능의 폐단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AI 시대에는 외교도 새로운 조건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한국 외교는 AI 관련 규제와 사이버 안전 등 새로운 무역규범 또는 전쟁용 AI의 제한이나 비확산 협정을 위한 협상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핵 보유 5개국’ 같은 기득권을 가지는 핵심 국가가 되고, 안전한 공급망과 통화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외교정책 결정권자와 실무자들에게는 주변국과 세계의 복잡한 움직임을 조망하는 통찰력이 특히 더 필요하다. 그 통찰력은 총체적 국력을 구성하는 다방면의 교육을 잘 받고 공부한 머리에서 나온다.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