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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자식들 다 키웠는데”…마지막 말복 맞은 보신탕 거리의 풍경

60년 넘게 이어온 가업…전환 앞둬
개식용 금지법 제정 후 매출 3분의1 토막

“이걸로 자식들 다 키웠는데… 아쉽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집 거리’로 잘 알려진 이곳에서 4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75)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내 보신탕 거리. 방승민 인턴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내 보신탕 거리. 방승민 인턴기자

보신탕집 거리에 자리잡은 식당들 내부에서는 채소를 다듬고 고기를 준비하는 등 영업 준비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지만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들 식당은 말복인 14일 사실상 마지막 ‘복날’을 맞게된다. 

 

내년 2월7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개식용 종식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적발되면 도살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육·증식·유통·판매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개고기 식용 문화가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한국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씨는 “요즘 손님이 거의 없다”며 “개고기 발주 가격이 오르는데, 모두 현금으로 거래한다. 그런데 매출은 거의 대부분 카드로 일어나다 보니 손에 남는건 없는데 세금만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2024년 1월 개식용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매출이 3분의 1까지 줄었다”며 “단골 손님들만 찾아오는 정도”라고 막막함을 내비쳤다.

 

이씨가 운영해 온 40년의 기간과 그의 이모가 앞서 20년가량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한 것까지 더하면 이곳의 역사는 60년을 넘는다. 한 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해 온 가업인 셈이다.

 

이씨는 “경기가 어려운 데다 법이 제정된 뒤 아예 개고기를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손님들도 있어 발길이 끊긴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는 외국인 손님들도 하루에 5~6팀씩 찾아올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장사가 안돼)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법 시행 전까지는 판매할 계획”이라며 “올해 2월부터는 흑염소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조금씩 흑염소 중심으로 업종을 바꿔나갈 생각”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부는 현재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추진하는 개 농장주와 식당 업주를 대상으로 점포 철거 지원금 최대 200만원과 메뉴판 및 간판 교체비 2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업종 변환 컨설팅도 제공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책에 대한 체감이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미 3년 전 정부에 업종 변환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씨는 지원책에 대해 아직 아무런 안내나 공지를 전해 듣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가 이미 시행 중인 대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보신탕을 취급해 온 만큼, 새로운 업종이 기존 매출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 속에 이씨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었다. 

 

13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내 보신탕 거리. 방승민 인턴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내 보신탕 거리. 방승민 인턴기자

 

개고기와 개식용 종식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보신탕집 거리를 지나던 시민 이모(65)씨는 “개고기를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법으로 금지시키는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소나 돼지는 먹는데 개는 왜 안되는지, 논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오던데 그 말에 동의한다. 개고기 막으면 흑염소가 대체제가 될 텐데, 뭘 하나 막고 다른건 된다 이런 논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정우만(70)씨는 “개고기 식용 금지가 아쉽다”며 “예전에는 보신탕을 자주 먹었고, 단골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 거리도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많이 비싸져서 안오고 있다”며 “자주 먹는 사람들은 전통시장에서 개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요리해서 먹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젊은 세대에서 개고기 금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조모(27)씨는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며 “유통 과정이나 사육 과정을 소비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다른 고기(소 돼지 등)처럼 투명하게 유통과정을 소비자가 알 수 있는 구조라면 굳이 소비하지 못 하게 막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고기 식용이 나쁜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진시장 골목에서 만난 시민 박모(27)씨는 “우리 부모 세대에서 개고기를 많이 소비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혐오감이 드는 측면도 있고, 앞으로는 금지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신탕 거리 바로 앞에 위치한 닭 요리 전문점에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방승민 인턴기자
보신탕 거리 바로 앞에 위치한 닭 요리 전문점에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방승민 인턴기자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인근 생선구이 식당과 닭 요리 전문점에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며 보신탕집의 거리 한산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뤘다.

 

‘닭 한마리’ 요리를 먹으러 신진시장에 나왔다는 또 다른 시민 조모(27)씨는 “개고기를 어렸을 때부터 먹어왔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고기 식용 금지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다만 보신탕집을 운영하시면서 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업종 변환에 따른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