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찰 곳곳에 전해져 왔지만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불교문화유산들이 학술조사를 거쳐 새롭게 지정되거나 상위 국가유산으로 승격되고 있다. 불상과 불화, 석탑 등 유형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가치 규명 작업은 최근 사찰음식 등 무형유산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14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유산연구소에 따르면 진우스님이 이끄는 제37대 집행부 기간 불교문화유산 가치 규명 사업을 통해 국보 승격 1건, 보물 승격 5건, 시도유형문화유산 지정 7건, 문화유산자료 지정 1건, 국가무형유산 지정 1건 등 모두 15건의 불교문화유산이 새롭게 지정되거나 상위 등급으로 승격됐다.
사찰이 소장한 문화유산 가운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지정 유산이 적지 않다. 역사·예술적 가치가 충분하더라도 체계적인 학술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고 관리와 보존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불교문화유산연구소는 이에 비지정 유산을 조사해 역사·예술적 가치를 학술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문화유산 지정이나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의 승격을 추진해왔다.
성과는 2022년부터 이어졌다. 경남 고성 옥천사 자방루와 경북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이 보물로 승격됐고, 경북 상주 용흥사 ‘삼불회 괘불탱’은 국보로 승격됐다. 경기 의왕 청계사의 ‘아미타여래설법도’와 ‘괘불도’는 시도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23년에는 경북 군위 인각사 극락전 ‘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서울 흥암사 ‘석조약사여래좌상’, 경북 예천 용문사 ‘소조석가여래삼존상 및 16나한상’ 등이 시도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충남 금산 신안사 대광전과 강원 삼척 천은사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은 보물로 승격됐고, 신안사 칠층석탑은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2024년에도 가치 규명은 계속됐다. 강원 삼척 영은사 ‘석조비로자나삼불좌상’과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경북 예천 용문사 보광명전 ‘소조약사여래좌상’이 시도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치 규명의 범위가 유형유산에서 무형유산으로 확대됐다.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면서다. 불상이나 불화처럼 형태가 있는 성보뿐 아니라 오랜 세월 사찰에서 전승돼 온 조리법과 지식, 수행문화 등 무형의 전통까지 보존 대상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문화유산의 지정과 승격은 가치 인정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보존·관리로 이어지는 기반이 된다. 지정문화유산으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승격되면 보수·정비 등 보존·관리를 위한 국가와 지자체 지원의 근거도 마련된다.
불교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도 병행됐다. 전국 사찰에 흩어져 있는 성보는 해당 사찰을 직접 찾지 않는 한 접하기 쉽지 않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이러한 성보를 한자리에 모아 기획전과 특별전 등을 통해 공개하며 일반 관람객과 불교문화유산의 접점을 넓혀왔고, 전시와 연계한 학술세미나와 박물관 교육도 함께 운영했다. 전시가 일회성 관람에 그치지 않고 성보에 대한 학술적 이해와 평생교육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취지다. 불교중앙박물관을 단순한 성보 공개 공간을 넘어 불교문화의 학술적 거점이자 공공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시도다.
불교계는 앞으로도 아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지정 불교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지정 이후에는 보존·관리와 전시·교육을 연계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