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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홍명보 “정몽규와 연락 없었다”…‘최소 한 명은 거짓말’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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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측 법원 서면엔 “정몽규 지시”…감독 선임 과정 두 사람 진술 정면충돌
홍명보 “전력강화위 논의도 아는 바 없다”…경찰, 축구협회 압수수색 자료 분석
2024년 대표팀 사령탑 선임 논란 재점화…경찰, 압수물 분석 후 정몽규 소환 전망

2년 전 한국 축구를 뒤흔들었던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당시 감독 선임을 둘러싼 핵심 당사자들의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홍명보 전 감독은 경찰 조사에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연락한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총괄이사 측은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정 전 회장의 지시로 홍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진행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년 전부터 이어진 선임 논란이 이제는 누구의 설명이 실제 사실과 맞느냐를 가리는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14일 경찰과 체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홍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감독 선임 전후로 정 전 회장과 연락했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홍 전 감독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과 연락한 적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감독은 감독 후보를 선별하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당시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되는 과정에서 협회 윗선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의혹과 거리를 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에 제출된 이 전 이사 측 서면에는 다른 내용이 담겼다.

 

이 전 이사 측 주장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2024년 7월 홍 전 감독과 만난 뒤 다음 날 홍 전 감독으로부터 ‘소속팀 울산 HD에서 나를 풀어준다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이후 이 전 이사가 이를 정 전 회장에게 보고했고, 정 전 회장이 “그러면 홍명보 감독으로 해라. 자세한 건 김정배 부회장과 상의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 전 감독이 정 전 회장과 직접 연락하지 않았더라도 이 전 이사를 매개로 선임 과정에 대한 의사소통이 이뤄진 셈이다. 반대로 홍 전 감독의 경찰 진술이 당시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다면 이 전 이사 측 서면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핵심은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떤 말을 했느냐이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도 이같은 진술 충돌에 주목했다. 박 해설위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 ‘달수네라이브’를 통해 이번 논란을 다루며 “최소한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해설위원은 특히 홍 전 감독의 당시 공개 발언과 이후 행동 사이에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홍 전 감독이 당시 울산 잔류 의사를 강하게 밝혔던 상황에서 이 전 이사를 만난 뒤 곧바로 ‘울산에서 풀어주면 대표팀 감독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면, 그 사이에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다.

 

박 해설위원은 “예를 들어 ‘위에 큰 분의 뜻입니다’ 같은 무언가가 있어야 홍 전 감독도 그렇게 베팅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의 입장이 짧은 시간에 바뀐 배경에 협회 윗선과의 사전 교감이나 감독직 수락을 확신하게 할 만한 신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다만 박 해설위원은 이 전 이사 측 서면 역시 일방의 주장인 만큼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당시 협회 지도부가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비판했다.

 

박 해설위원은 “이 전 이사, 정 전 회장, 홍 전 감독, 이 세 사람은 최소한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수뇌부이자 집행부라고 불리는 지도부였다”며 “그 지도부가 마지막에 궁지에 몰렸을 때 보여주는 행동들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잘못한 겁니다’라고 폭탄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왼쪽)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KFA)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왼쪽)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KFA)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논란의 뿌리는 2024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차기 대표팀 감독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홍 전 감독이 선임되면서 절차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도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가 지적됐다.

 

이후 의혹은 행정적 논란을 넘어 형사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은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등 협회 윗선이 지위를 이용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등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했는지, 또 홍 전 감독에게 지급된 보수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성립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홍 전 감독은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자신의 연봉이 높은 이유를 묻는 경찰 질문에 울산 HD 감독 당시에도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충남 천안 소재 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해 감독 선임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을 대조해 실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를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전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 이 전 이사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결국 이번 수사의 관건은 누가 더 강하게 결백을 주장하느냐가 아니라, 서로 엇갈린 진술 가운데 무엇이 객관적인 자료와 맞아떨어지느냐에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정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