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메모리 반도체·석유제품 가격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수출물가가 전월보다 1.0% 상승했다. 지난달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도 역대 7월 최대치를 새로 쓰며 연속 500억 달러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출호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실질 GDP를 훌쩍 웃돌 전망이다.
◆환율이 눌러도…반도체값 급등에 수출물가 1.0% 상승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7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90.65로 전월보다 1.0% 상승했다. 6월에 0.1% 하락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올랐다. 환율·유가 하락에도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수출물가가 상승했다. 7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97.43원으로 6월(1527.3원)보다 2.0% 내렸다. 두바이 유가도 7월 평균 배럴당 76.75달러로, 전월(79.45달러)보다 3.4% 하락했다.
품목별로 수출물가는 공산품 중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가 4.8% 올랐고 석탄 및 석유제품도 4.8% 상승했다. 컴퓨터기억장치(+17.6%), D램(+6.6%), 경유(+11.2%), 나프타(+6.2%)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60.09로, 6월(161.71)보다 1.0% 하락했다. 수입물가지수는 6월 4.2% 하락해 2023년 11월(-4.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뒤 두 달 연속 내렸다. 중간재 중 석탄 및 석유제품(-3.9%), 1차 금속제품(-3.8%),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2.2%) 등의 하락폭이 컸다. 원유(-4.8%)와 프로판가스(-25.2%), 시스템반도체(-9.9%) 등이 하락을 주도했다. 김민선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환율 효과를 제외한 계약 통화 기준으로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0.9% 상승했다”고 말했다.
7월 무역지수(달러 기준)는 수출물량지수가 153.33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0% 상승했다. 6월(+29.6%)보다 상승폭이 줄었으나 작년 11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수출금액지수(233.11)도 같은 기간 64.2% 올랐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지속되면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 물량지수(+25.2%)와 금액지수(+154.2%)가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118.17)는 작년 동월 대비 24.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출가격(36.8%)이 수입가격(9.7%)보다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7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07년 9월(119.59) 이후 18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1988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컸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하고 대외 구매력도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ICT 수출 533.6억달러… 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제 지난달 국내 ICT 수출은 역대 7월 최대치를 새로 썼다. 이날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의 ‘2026년 7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7월 ICT 수출액은 533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221억7000만 달러)보다 140.6% 증가했다.
역대 7월 ICT 수출 중 1위로, 전월에 이어 500억 달러대를 유지했다. 같은 달 국가 전체 수출(988억9000만 달러)에서 ICT가 차지한 비중은 54.0%로, 3개월 연속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수출은 410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8.8%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7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10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컴퓨터·주변기기는 49억4000만 달러로 353.9% 급증하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AI 서버향 SSD 수요 증가가 주된 요인이다. SSD 수출액은 45억1000만달러로 500.2% 뛰었다.
7월 ICT 무역수지는 350억6000만 달러 흑자로,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대 흑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가격 증가로 명목GDP 상승 이어질 듯
반도체 수출 물량증가보다 가격 급등이 전체 수출액을 끌어올리는 국면이 계속되면서 올해 명목GDP는 실질GDP를 훌쩍 웃돌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명목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0.5%로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에 최고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7.1% 증가했다. 반면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
명목GDP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수량에 그 때의 가격을 곱해 산출한다. 올해 반도체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경제지표인 셈이다. 반면 실질GDP는 가격 변화분을 제거한 순수한 생산수량의 변동분만을 나타낸다. 반도체 가격이 올라도 수출 물량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면 실질GDP 변동폭은 크지 않다.
통상 명목·실질 GDP 차이는 크지 않지만 최근 반도체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다보니 명목GDP가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명목GDP가 늘어나면 명목GDP를 분모로 하는 가계부채·국가채무비율은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