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의혹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4일 대중문화계에 따르면 하영의 소속사는 처음 증조부의 친일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서 안상호의 이름이 확인됐다며 초기 대응이 성급했다고 사과했다.
하영도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그런 상태에서 증조부의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왔던 것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만으로 논란이 종식되지는 않았다. 하영이 출연한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광고 영상 여러 편이 비공개로 전환됐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의류 브랜드 관련 영상도 비공개 처리되는 등 광고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과 작품 활동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14일 예정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의 언론 인터뷰는 취소됐고, 차기작 ‘승산 있습니다’의 향후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논란이 커지면서 다른 연예인들의 가족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배우 이지아는 지난해 조부 김순흥의 친일 행적과 관련해 사과했다. 김순흥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로, 일제강점기 국방헌금 납부와 친일 단체 활동 등이 알려졌다. 이지아는 “조부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과했고, 일제강점기 취득 재산이라면 국가에 환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18세부터 독립해 해당 재산과 소송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강동원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기업인 외증조부 이종만의 행적이 논란이 되자 2017년 “잘못된 행동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밴드 ‘양반들’의 보컬 전범선은 자신이 신소설 작가 이인직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가족사를 역사 성찰과 대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의 활동을 해왔다. 전범선은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뮤지엄피’에 출연해 저서 ‘전범선의 한국사 테라피’를 소개하며 외가 5대조 할아버지가 이인직이라고 밝혔다. ‘혈의 누’를 쓴 이인직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연예인의 조상에게 친일 행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후손 개인에게 법적·도덕적 책임을 자동으로 묻기는 어렵다. 조상의 행위와 후손의 삶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렇다고 조상의 친일 행적을 모른 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지아나 전범선처럼 가족사를 공개적인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손 개인과 조상의 행적을 구분하되, 역사적 책임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 한 관계자는 “학교폭력이나 범죄 이력처럼 연예인 개인의 잘못과 달리 조상의 잘못을 당사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묻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며 “다만 조상의 명백한 잘못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사죄가 없다면 그 역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친일반민족 행위는 국민 정서상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고 더욱 신중하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