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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4년 중임’ 개헌 제기, 연임 포기 선언이 먼저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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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임기 단축해서라도 개헌 필요” 의욕
‘현직 연임 포기’ 입장 없어 의구심 증폭
현재도 가능한 책임 총리·협치 실천을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초 김 의원 등 여야 의원과 골프 회동을 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김 의원의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제안에 대해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블랙홀 같은 이슈인 개헌을 언급하기에 앞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국민 앞에서 표명하기 바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개헌론과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가 가진 문제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중임제 대통령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므로, 내각제는 아니다”라며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특정하거나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 제도를 설정한 것은 없으나 대선 공약이었던 4년 연임 대통령제를 희망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친명(이재명) 인사인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말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2027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내년이 개헌 적기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4년 연임제 희망과 조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여권에서는 내년 개헌 작업에 착수해 국민투표 등을 거쳐 헌법 개정을 완료한 뒤 국회의원과 4년 임기를 맞출 수 있는 2028년 4월 총선쯤 새 헌법에 맞춰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일정을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하지 않아 정치적 배경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골프 라운딩에서 이 대통령은 ‘연임’과 ‘독재’ 가능성에 대해 ‘대한민국의 지금 수준에서 그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조 의장을 포함해 친명 인사인 김민석 전 총리나 조원철 법제처장은 물론 이 대통령 본인도 현직 대통령의 연임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니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엔 이승만·박정희 정권에서 미사여구를 동원해 실현된 임기연장이 결국 영구 집권 시도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불행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황당한 12·3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경험한 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중임제 대통령제로 보완하겠다는 개헌의 방향도 이상론에 가깝다. 과거 중화민국(대만) 헌법은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에 더해 감찰·인사권도 독립한 5권 분립을 규정했으나 장제스(蔣介石)의 장기독재 도구에 불과했다. 분권형 권력구조인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도 샤를 드골 치하에서 독재 논쟁을 일으켰다. 현재 거대 여당의 폭주에 삼권분립과 헌정주의·의회주의의 정신이 위협받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현실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밝힌 국회의 권한 강화가 능사만은 아니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사법부의 권능이 강화되는 개헌이 시대적 요망일 수 있다. 지금처럼 대구·경북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 양당의 극한 대립을 완화해 새로운 정치 활로를 열기 위해서는 개헌에 앞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재명정부에 대해 민심이 싸늘하다. 리얼미터에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취임 후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최저로 나타났고,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섰다. 부동산·주식시장 정책 실패에 이은 세제개편, 국민 피해는 아랑곳없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 등 정부와 여당의 오만한 독주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라 경제 회생과 민생 회복을 도모할 때다. 온갖 실정(失政)을 야당 책임으로 떠넘기듯 정치적 무능을 헌법 탓으로 돌릴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행 헌법 아래에서도 가능한 책임 총리제, 여야 협치를 실천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