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금빛 스매시를 향해 인도 뉴델리로 떠났다. 여자 단식 세계 최강 안세영(삼성생명)과 남자 복식 세계 1위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를 앞세워 정상 탈환과 2연패에 도전한다. 그 중심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안세영이 있다. 올 시즌 전승 행진을 이어가다 발 부상으로 한 차례 쉼표를 찍은 안세영에게 이번 대회는 세계 정상 복귀와 실전 감각 회복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무대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뉴델리로 출국했다. 하계올림픽과 함께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로 꼽히는 세계선수권은 17일부터 23일까지 펼쳐진다.
한국은 안세영을 비롯해 서승재-김원호, 여자 복식 세계 3위 이소희-백하나 등을 앞세워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다만 세계 6위 공희용-김혜정은 공희용의 무릎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됐다.
가장 큰 관심은 안세영의 여자 단식 정상 탈환 여부다. 안세영은 2023년 결승에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꺾고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을 제패했다. 지난해에는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올 시즌 흐름은 압도적이었다. 안세영은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인 11승을 거두고 단식 선수 역대 최고 승률인 94.8%를 기록하며 세계 최정상의 기량을 입증했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오픈에서 발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왼발은 2024 파리올림픽 때부터 안세영을 괴롭혀온 부위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가장 큰 변수로 부상 상태와 실전 감각이 꼽히는 이유다.
안세영은 이날 출국에 앞서 몸 상태에 대해 비교적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왔고 훈련도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상태”라며 “통증이 아예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참고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경기 감각이다. 안세영은 “준비를 많이 한 만큼 현지에서 경기 감각을 빨리 찾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주봉 감독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박 감독은 “안세영이 거의 회복 단계에 들어가 합숙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며 “초반 1~2회전에서 경기 감각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안세영 역시 세계선수권 이후 이어질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면서도 실전 출전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세계선수권과 다음 달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이에 열리는 중국 마스터스 출전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그는 “경기 감각은 연습과 달라서 경기를 뛸수록 안정되고 플레이를 잘 풀어나갈 수 있다”며 “경기를 뛰지 않았을 때 떨어지는 감각을 방지하기 위해 몸 상태가 된다면 뛰고 싶다”고 말했다.
부상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안세영은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로 몸을 잘 못 쓸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지만, 계속하다 보면 적응하고 내게 맞는 스타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격을 무리하게 가져가면 역으로 당할 수 있어 절제 있게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대 전적에서는 안세영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계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최근 5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고, 세계 3위 왕즈이(중국)에게도 13전 12승을 기록 중이다. 다만 세계선수권이라는 단판 토너먼트 무대에서 부상 이후 첫 경기부터 정상적인 경기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최대 변수다.
안세영은 이번 세계선수권을 단순히 금메달 하나를 추가하는 대회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는 매년 다른 선수들이 성장해서 들어오는 새로운 대회”라며 “내가 어느 정도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설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곧이어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자 복식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서승재-김원호가 2연패에 도전한다. 두 선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을 포함해 한 시즌 11차례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강 복식조로 자리 잡았다. 서승재는 2023년 강민혁과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합작해 이번에 정상에 오르면 개인 통산 세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하게 된다.
최근 네 대회 연속 우승에 실패한 서승재-김원호는 상대의 집중 분석을 돌파하기 위한 준비에도 공을 들였다. 장신 선수를 훈련 파트너로 불러 강한 스매시와 빠른 네트 플레이에 대비했다.
김원호는 “작년의 좋은 기억을 다시 가져와 이번에도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서승재는 “작년 우승은 지난 일이다. 올해 더 잘 준비해서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중국 마스터스를 거쳐 다음 달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세계선수권 성적이 곧바로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인 셈이다.
박 감독은 “세계선수권이 끝나고 바로 아시안게임으로 연결되는 힘든 일정”이라며 “안세영과 서승재-김원호의 우승을 목표로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