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0)씨는 최근 적금이 만기되자 그간 적금에 묶여있던 자금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다. 널뛰는 증시 속 수익은 수천 만원을 찍었다가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증시가 조금씩 회복하며 다행히 몇 백만원의 수익은 지켰다.
김씨는 “수익이 수천 만원일 땐 근로소득이 우습게 보였다. 몇 백만원의 수익이라도 적금 이자보다는 훨씬 많으니 만족스럽다”며 “직장동료들 중엔 전세금을 빼고 월세에 살면서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전셋집에 돈이 묶여 있어 국내 증시가 치솟을 때 ‘나만 뒤쳐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증시가 널뛰며 한동안 ‘나는 주식을 사지 않아 다행이다’는 의미의 ‘조모(JOMO·Joy Of Missing Out)’라는 말이 화제가 됐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여전히 투자 기회를 놓칠까 불안해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공존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마통) 등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외에도 예·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전세금을 빼서 투자금을 마련하는 현상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예금담보대출은 지난해에 비해 1조5000억원 급증했고,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금담보대출 1년새 1조 급증
주요 은행의 예금담보대출(이하 예담대)는 1년 새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에서 기존 예·적금을 해지해 중도해지 손실을 보기보다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청약담보대출을 포함한 예담대 잔액은 6조8248억원으로 지난해 7월(5조4015억원) 대비 1조5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1년 새 26%가 뛴 것이다. 올해 6월(6조7138억원)과 비교해도 한 달 새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예담대는 본인 명의의 예·적금 등 예치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이다. 예담대를 받으면 예·적금을 해지하지 않고도 예치한 금액을 활용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예담대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주식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이 꼽힌다. 예·적금을 깨서 이자 손실을 무릅쓴 채 증시로 들어가는 대신 예담대를 활용하는 것이다. 장이 오를 때만 신속히 진입해 수익을 노리고 하락장에서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식의 수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 마통 잔액, 4년만 최대치 기록
마이너스 통장 잔액도 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5대 은행에 따르면 7월30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4669억원으로 2022년 8월(44조7699억원)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6월 말에 비해 1조1857억원 늘며 5월(1조8579억원), 6월(1조8329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1조원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증가폭은 다소 축소됐다.
지난달 마통 잔액은 첫째 주(1~3일) 3289억원, 둘째 주(4~10일) 372억원, 셋째 주(11~16일) 5111억원으로 증가했다가 급여일이 몰린 넷째 주(17~24일)엔 1조4416억원 감소했다. 이후 다섯째 주(25~30일)에 다시 1조7501억원 늘었다. 이틀 연속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코스피가 5200선까지 밀려나자 저가매수를 노린 수요가 늘어 마통 잔액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