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측이 유죄로 인정된 5건의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후원자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 시장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1일 열린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을 오 시장이 의뢰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이들 조사 비용 2100만원을 대신 냈다고 보고 지난달 22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피선거권을 잃고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오 시장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비용 대납을 부탁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문에는 오 시장이 김씨에게 언제, 어떤 방법으로 비용 지급을 요청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인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1심은 김씨가 명씨 여론조사업체 실무자인 강혜경씨 명의 계좌에 돈을 보냈다는 결과만을 근거로 그 앞에 있었어야 할 오 시장의 요청을 거꾸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김씨와 명씨가 만나게 된 경위도 설명했다. 김씨가 2021년 1월 넷째 주 무렵 서울에 머물며 선거캠프 사무실 주변을 자주 오갔고, 이 과정에서 명씨와 여러 차례 마주쳤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김씨의 송금 역시 오 시장의 지시가 아니라 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이 유죄로 인정된 5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항소 이유로 들었다. 변호인단은 해당 결과가 예외 없이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먼저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기소 대상이 된 여론조사 전체를 가장 먼저, 상시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된 인물은 오 시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돈을 냈다는 사람에게는 정작 결과가 가지 않고 상시 당 지도부 쪽에만 먼저 갔다면, 이 여론조사들의 실제 수요자가 누구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과 설문지 초안과 표본 추출 방법 등을 논의했지만 오 시장과는 이러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제시했다. 명씨가 오 시장을 알기 전인 2020년 10월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주장도 항소이유서에 담겼다.
오 시장 측은 1심이 공소사실에 포함된 10건을 서로 다르게 판단한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5건 가운데 4건을 김 전 위원장이 의뢰했거나 명씨가 자발적으로 실시한 조사로 판단했다. 나머지 1건은 오 시장이 의뢰했다고 봤지만 김씨의 비용 대납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가 같은 시기, 같은 조사기관을 통해 함께 실시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변호인단은 “개인 후보가 굳이 다른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 판세까지 세트로 발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명씨 진술의 일부만 받아들여 유죄를 인정한 1심 판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1심은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자신의 형사사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실과 다르게 말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내용은 객관적인 증거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다른 증거와 부합한다고 본 일부 진술에는 신빙성을 인정했다.
변호인단은 “직접증거 없이 특정인의 진술 중 일부만 취해 유죄의 근거로 삼으려면 그 부분을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나 독립된 보강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보강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명씨의 진술에도 등장하지 않은 통화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해 이를 유죄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