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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물량 2배 달라, 전쟁 중”…‘반토막’ 났던 SK하이닉스 160만원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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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대비 ‘반토막’ 났던 주가 나흘 연속 상승…160만원대 회복
최태원 “내년 메모리 물량 두 배 요구”…생산 확대에는 4~5년
사상 최대 실적·첫 직접 매수·주주환원 기대…AI 투자 속도 변수

“모두가 더 많은 메모리 반도체를 원하는 전쟁 같은 상황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관련해 “전쟁 같은 상황”이라며 내년 공급 부족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관련해 “전쟁 같은 상황”이라며 내년 공급 부족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두고 꺼낸 표현이다.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추락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나흘 연속 오르며 160만원대를 회복했다.

 

주가가 반등하면서 시장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급락을 불렀던 AI 투자 둔화 우려가 현실화할지,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다시 상승 동력을 얻을지가 관건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25일 장중 298만7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최고가는 앞선 6월 22일 기록한 291만9000원이다.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주가는 지난달 30일 132만2000원까지 밀렸다. 장중 최고가 298만7000원과 비교하면 55.7%, 종가 기준 최고가 291만9000원과 비교하면 54.7% 떨어진 수준이다.

 

바로 다음 날인 31일 29.95%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2009년 하이닉스반도체 시절 이후 처음 나온 상한가다.

 

최근에는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0일 142만원이던 주가는 11일 142만5000원, 12일 150만4000원, 13일 159만3000원, 14일 164만5000원으로 4거래일 연속 올랐다.

 

10일 종가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15.8%다. 급반등에도 종가 최고가 291만90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43.6% 낮다.

 

최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빅테크 등 고객사들이 내년 메모리 물량을 두 배로 늘려달라고 요구하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전쟁 같은 상황”이라 표현했다. 생산능력 확장에는 4~5년이 걸리는 만큼 내년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최 회장은 미국 내 전공정 팹 건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기꺼이 할 의향이 있지만 적합한 부지를 찾는 게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후공정이 아닌 전공정 생산시설 구축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건 처음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완제품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칩플레이션’ 우려도 내놨다. “칩 가격이 너무 올라 애플조차 제품 가격을 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AI가 메모리 소비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과거 스마트폰이나 PC는 한 사람이 쓰는 기기 수가 제한적이었지만, AI 시대에는 한 사람이 여러 AI 모델과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각 AI가 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간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에도 AI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에는 이미 메모리 호황이 반영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6%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7%, 영업이익은 557% 늘며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AI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HBM과 AI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2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8조원, 순현금은 69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계약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핵심 전략 고객을 포함한 약 10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 다른 주요 고객과도 다년 계약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주가가 급락하던 지난달 17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해 장기 보유 의견을 냈다.

 

“다음 달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지만,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며 “메모리는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우상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13일 뒤 직접 주식을 샀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30일 공시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보통주 3620주를 장내 매수했다. 기존 보유량은 0주였다.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보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월 30일 종가 132만2000원을 단순 적용하면 47억8564만원 규모다. 실제 매입금액은 장중 체결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주환원 확대 기대도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보통주 1주당 375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2733억원이다. 회사는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해 올해 3분기 중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량이 실제 주문과 투자로 이어지고 글로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가 지금 속도를 유지한다면 공급 부족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반대로 AI 투자 속도가 꺾이면 대규모 증설은 다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시장이 다음으로 확인할 숫자는 빅테크의 실제 AI 투자 집행액과 메모리 주문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