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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연회로 독립영웅 기린다…독립유공자·가족 초청 행사

9월 17∼20일 창경궁 문정전서 ‘기억의 예우’ 개최
궁중정재·판소리·미디어아트로 독립운동 의미 되새겨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선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위한 잔치가 다음 달 창경궁에서 열린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선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위한 잔치가 다음 달 창경궁에서 열린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조선시대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을 위해 열렸던 왕실 연회가 독립유공자와 가족을 위한 특별한 예우의 자리로 재현된다. 

 

궁중정재와 판소리, 미디어 공연 등을 통해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궁궐 공간에는 태극기와 독립운동 역사를 담은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창경궁 문정전에서 독립유공자와 가족을 초청해 ‘기억의 예우’ 행사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공신을 치하하기 위해 열었던 ‘공신연’을 모티브로 마련됐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왕실의 예를 갖춰 맞이했던 전통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독립유공자에게 국가적 차원의 예우를 전한다는 취지다.

 

공신연은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신하들의 공적을 기리고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던 왕실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는 과거 왕실이 공신에게 보였던 예우의 형식을 빌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고 그 뜻을 되새긴다.

창경궁 문정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문정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 왕실 연회에 담긴 ‘예우’…독립영웅 위한 무대로

 

행사에 초청된 독립유공자와 가족들은 창경궁 문정전에서 다과와 공연을 함께 즐기게 된다.

 

다과상과 함께 궁중정재 공연이 펼쳐지고, 조국의 빛을 밝힌 영웅들의 기개와 숭고한 소명 의식을 주제로 한 판소리와 미디어 공연도 선보인다.

 

궁중정재는 궁중에서 국가적인 의례나 연회 때 공연됐던 전통춤과 음악을 말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러한 전통 공연을 통해 조선 왕실의 격식과 예우의 의미를 현대의 관람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문정전 일대에서는 태극기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도 펼쳐진다. 전통 궁궐 공간에 현대적인 영상 기술을 더해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이에 따라 관람객은 공연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궁궐의 건축과 공간을 배경으로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행사는 독립유공자와 가족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도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예우의 자리인 동시에 일반 관람객이 궁궐에서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역사문화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것이다.

창경궁 문정전 내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문정전 내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 왕이 신하 만나던 공간…사도세자의 비극도 서린 문정전

 

행사가 열리는 문정전은 창경궁 안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공간이다.

 

문정전은 조선시대 왕이 신하들을 만나 업무를 보고받거나 주요 정책을 논의하던 집무 공간으로 사용됐다. ‘문정(文政)’은 문교로 정치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왕과 신하가 국정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던 공간인 만큼 문정전에서는 조선 왕실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도 이어졌다.

 

특히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와 관련된 공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도세자는 영조 재위 당시 뒤주에 갇힌 뒤 8일 만에 세상을 떠났으며, 문정전은 그 비극이 벌어진 장소로 역사에 남아 있다.

 

현재의 문정전은 일제강점기에 소실된 뒤 1986년 복원됐다.

 

왕이 신하들과 국정을 논의했던 공간에서 독립유공자를 위한 행사가 열린다는 점도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한다. 조선 왕실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서로 다른 시대의 기억이 하나의 공간에서 이어지는 셈이다.

 

과거 왕실이 국가에 공을 세운 이들의 헌신을 기렸다면, 이번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이들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도 ‘공신연’을 재현한 행사의 취지를 엿볼 수 있다.

창경궁 문정전의 야경.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
창경궁 문정전의 야경.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

◆ 9월 8일부터 예매…일반 관람객도 참여 가능

 

‘기억의 예우’ 행사는 일반 관람객도 참여할 수 있다.

 

티켓은 9월 8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 관람객과 장애인, 국가보훈등록증 소지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조선 왕실의 고귀한 격식으로 독립 영웅의 숭고한 헌신을 예우하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을 함께 가슴에 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궁궐을 단순히 과거의 건축물을 둘러보는 공간이 아니라 역사적 기억을 현재와 연결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독립유공자에게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삶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예우하는 자리가 되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궁궐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마주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공신을 위한 연회에서 출발한 ‘공신연’의 형식은 시대를 넘어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자리로 다시 태어난다. 왕실의 예를 담았던 궁궐에서 독립영웅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이번 행사가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기억으로 이어가는 자리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