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가격은 2.99달러, 우리 돈으로 4000원 남짓. 같은 가방이 한국에 들어오면 가격이 몇 배로 뛴다.
장을 볼 때 쓰던 평범한 가방이 한정판 굿즈가 됐다. 유통업체 이름이 박힌 장바구니를 사려고 개점 전부터 줄을 서고, 품절된 제품은 리셀 시장으로 넘어간다.
트레이더조에서 시작된 열풍에 코스트코와 홀푸드마켓까지 가세했다. 국내에서는 CJ올리브영의 3000원짜리 타포린백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여행 기념품이 됐다.
트레이더조는 지난 6월 17일 스트라이프 디자인 미니 캔버스 토트백 4종을 출시했다. 색상은 민트그린, 핑크, 라이트블루, 탄. 가격은 개당 2.99달러.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Huebner Oaks 매장에는 개점 한 시간 전부터 수백 명이 몰렸다. 줄은 200피트 넘게 이어졌다. 직원들은 대기 고객에게 티켓을 나눠주며 1인당 최대 8개로 구매를 제한했다. 다른 지역 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물량은 빠르게 소진됐다.
품절 이후 가격은 리셀 시장에서 뛰었다. 국내 리셀 플랫폼에서도 정가의 5~7배 수준에 거래된다. 특별한 기능이 붙은 것도 아니다. 한정된 물량, 새로운 색상, 짧은 판매 기간이 소셜미디어를 타면서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마트 로고가 박힌 가방이 놓치면 구하기 힘든 물건이 됐다.
장바구니를 굿즈로 만드는 흐름은 다른 유통업체로 번진다.
코스트코는 대표 상품과 매장 이미지를 캐릭터로 그려 넣은 리유저블백을 내놨다. 피자 조각, 크루아상, 직원 명찰, 메이플시럽이 가방 곳곳에 들어갔다. 4개 묶음 가격은 매장 기준 6.99달러.
홀푸드마켓은 한발 더 나갔다. 지난달 29일 미국 통조림 수산물 브랜드 피시와이프와 손잡고 한정판 토트백을 냈다. 홀푸드의 첫 공동브랜드 머천다이즈 협업이다. 대형·소형·마이크로 세 가지 크기로 제작됐다.
홀푸드는 앞서 발표한 2026 식품 트렌드에서 이 흐름을 키친 꾸뛰르(Kitchen Couture)로 꼽았다. 찬장 속 식품과 포장을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생활 공간에 드러내는 소비 흐름이다.
식품 브랜드 디자인은 이제 주방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방과 의류로 영역을 넓혔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 역할까지 맡는다.
국내에서는 CJ올리브영의 타포린백이 비슷한 길을 걷는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월 명동 타운점 등 서울 4개 매장에서 타포린백을 시범 판매했다. 가격은 3000원. 넉넉한 크기에 지퍼를 달고 손잡이를 두 가지 길이로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자 같은 해 8월 21일부터 명동과 홍대 등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판매 매장을 130여곳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성수 등을 포함해 150여개 매장에서 팔린다. 누적 판매량은 178만개를 넘어섰다.
한국에서 화장품을 산 뒤 물건을 담아가는 포장용 가방에서 출발했다. 관광객에게는 올리브영 방문을 보여주는 기념품이 됐다.
트레이더조와 올리브영의 공통점은 가방 자체가 비싸지 않다는 것.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이지만, 원하는 디자인을 원하는 순간에 구하기는 어렵다. 장바구니의 값은 여전히 몇 달러, 몇 천원이다. 사람들이 그 안에서 보는 가치가 달라졌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