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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인민회의 ‘니카라과 담당’…왜 룡성·서성구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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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니카라과 라인’ 평양 룡성·서성구역에 포진

함철남 룡성구역…초선 2명은 인접 서성구역
담배·화학부터 러시아 농업협력 담당까지
“겨울밀 10개 품종 북한 시험 재배 성과”
北 군수공업부 서기관 니카라과 현지서 포착

올해 출범한 북한 제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니카라과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새 인물들이 포착됐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었던 김광욱과 함철남이 15기에서도 대의원직을 이어간 가운데, 15기에서 처음 대의원에 선출된 김정혁과 리성준까지 니카라과 친선위원회 활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니카라과 친선위원회에 포진한 인사들의 이력이다. 함철남은 북한 담배산업에 몸담으며 담배·화학 분야 기술 개발에 참여했고, 김광욱은 농업과학원장으로 러시아와의 농업기술 협력을 주도해왔다. 새로 합류한 김정혁과 리성준의 구체적인 경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러시아과학원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를 방문한 김광욱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선-니카라과 친선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러시아과학원
지난해 러시아과학원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를 방문한 김광욱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선-니카라과 친선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러시아과학원

니카라과 매체 카날6 니카라과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니카라과 친선위원회에서 현재까지 활동이 확인된 대의원은 김광욱·함철남·김정혁·리성준 등 4명이다. 김광욱과 함철남은 14기부터 친선위원회에서 활동해왔으며, 김정혁과 리성준은 15기에서 처음 대의원에 선출된 뒤 친선위원회에도 합류했다.

 

15기 친선위원회의 활동은 지난 6월 처음 공개됐다. 카날6 니카라과에 따르면 마누엘 모데스토 뭉기아 마르티네스 주북한 니카라과 대사는 6월9일 평양 최고인민회의 청사에서 친선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났다. 북한 측에서는 김광욱 조선-니카라과 친선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정혁 위원이 참석했으며, 최고인민회의 대외사업부 관계자들도 배석했다.

 

김광욱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니카라과와의 관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양국 의회 간 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니카라과 측도 양국이 ‘세계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과 주권·자결을 공통의 대의로 내세우며 협력 의지를 밝혔다.

 

한 달여 뒤에는 함철남과 리성준의 활동도 포착됐다. 두 사람은 7월17일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열린 산디니스타 인민혁명 승리 47주년 기념행사에 조선-니카라과 친선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정동학 외무성 부상을 비롯해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정혁 신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오른쪽부터), 마누엘 모데스토 뭉기아 마르티네스 주북한 니카라과대사, 김광욱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지난 6월 평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니카라과 매체 ‘카날6 니카라과’
김정혁 신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오른쪽부터), 마누엘 모데스토 뭉기아 마르티네스 주북한 니카라과대사, 김광욱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지난 6월 평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니카라과 매체 ‘카날6 니카라과’

◆평양 서성구역 ‘초선’ 김정혁·리성준 가세

 

조선-니카라과 친선위원회에 새 인물 두 명이 합류했지만, 중심에는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었던 함철남과 김광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나란히 평양 룡성구역을 지역구로 둔 대의원이었다.

 

올해 3월 출범한 15기에서도 두 사람 모두 대의원에 선출됐지만 지역구에는 변화가 생겼다. 함철남은 다시 평양 룡성구역에서 선출된 반면, 김광욱은 황해남도 봉천군 봉관선거구로 지역구를 옮겼다. 여기에 14기에는 대의원이 아니었던 김정혁과 리성준이 새롭게 가세했다. 김정혁과 리성준은 15기에서 처음 대의원에 선출됐으며, 각각 룡성구역과 맞닿은 평양 서성구역 내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함철남은 북한 담배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2010년 조선연초수출입상사 소속으로 북·중 합영 담배회사인 평양백산연초유한책임회사 부이사장을 맡았고, 이후 평양 룡성특수식료품공장 산하 담배련합기업소 책임자를 지냈다.

 

담배 관련 기술 개발에도 참여했다. 2018년 7월 북한 발명국에 등록된 ‘기관지 치료용 담배와 그 제조 방법’에는 함철남을 비롯한 담배련합기업소 연구자 5명이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담배 원료에 약쑥과 독말풀 등을 배합해 기관지 치료용 담배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듬해 1월에는 ‘폴리프로필렌 섬유용 유제’라는 화학 소재 분야 발명에도 공동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니카라과가 중남미의 주요 담배 생산·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력이 주목된다.

함철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맨 왼쪽)이 마누엘 모데스토 뭉기아 마르티네스 주북한 니카라과대사(맨 오른쪽)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니카라과 매체 ‘엘19디히탈’
함철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맨 왼쪽)이 마누엘 모데스토 뭉기아 마르티네스 주북한 니카라과대사(맨 오른쪽)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니카라과 매체 ‘엘19디히탈’

◆러시아 오간 北 ‘농업통’…겨울밀 10개 품종 시험 재배

 

함철남이 담배·화학 분야에서 활동해왔다면 김광욱은 농업 전문가다. 북한 농업과학원장인 김광욱은 최근 2년여간 러시아와의 농업과학·기술 협력에 핵심적으로 관여해왔다.

 

김광욱은 2024년 2월 농업과학원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를 찾았다. 러시아 연방연구센터 ‘넴치노프카’에서 곡물 신품종 육종과 종자 생산, 러시아 품종의 북한 토양·기후 적응시험 등을 위한 과학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대표단에는 농업생물학연구소와 평양채소연구소, 감자연구소, 축산연구소, 곡물연구소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이들은 러시아 연방채소과학센터에서 채소 육종과 종자 생산,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 현장을 둘러봤으며, 평양채소연구소와 러시아 측 기관 간 별도의 협력협정도 체결했다.

 

김광욱은 지난해 11월 농업협조실무대표단을 이끌고 다시 러시아를 찾았다. 러시아과학원에 따르면 같은 달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에서 열린 ‘러시아와 북한의 농업과학 분야 협력’ 회의에 농업과학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농업과학원 곡물작물육종부장은 러시아산 겨울밀 10개 품종을 북한 농경지에서 시험 재배한 결과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김광욱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오른쪽)이 2024년 2월18일 농업과학원장 자격으로 러시아 스콜코보 혁신센터에 있는 연방연구센터 ‘넴치노프카’를 방문한 모습. 김 대의원은 당시 북·러 간 종자 육종·재배 분야 과학·실무 세미나에 참석했다. 러시아 넴치노프카
김광욱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오른쪽)이 2024년 2월18일 농업과학원장 자격으로 러시아 스콜코보 혁신센터에 있는 연방연구센터 ‘넴치노프카’를 방문한 모습. 김 대의원은 당시 북·러 간 종자 육종·재배 분야 과학·실무 세미나에 참석했다. 러시아 넴치노프카

북한 강동중앙남새연구소와 러시아 육종기업 ‘가브리시’ 간 채소 분야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양측은 식량안보와 신품종 육종, 농업화학, 농업 디지털화, 농업공학·기계화 분야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제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광욱의 지역구가 평양 룡성구역에서 북한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봉천군으로 바뀐 점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와 종자·육종·재배기술 협력을 이끌어온 농업 전문가가 황해남도 대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한편 함철남은 15기에서도 룡성구역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평양 북부의 룡성구역에는 각종 연구·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특히 산음동 일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연구·생산 거점으로 지목돼왔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 등을 토대로 이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화성 계열 미사일의 연구·생산·조립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해왔다.

 

함철남과 김광욱이 룡성구역 대의원을 지냈다는 사실이 이들과 해당 군수시설의 연관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별도의 경로에서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인사의 니카라과 활동이 확인됐다.

지난해 7월19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산디니스타 혁명 4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 백남철 서기관. 니카라과 국방부
지난해 7월19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산디니스타 혁명 4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 백남철 서기관. 니카라과 국방부

◆北 군수공업부 인사도 니카라과에…냉전기 군사협력 재조명

 

세계일보 취재 결과 북한은 2024년과 2025년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 행사에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 백남철 1등서기관을 잇달아 파견했다. 백남철은 대외적으로 외무성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실제 소속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수공업부 인사가 2년 연속 니카라과를 찾았다는 점은 냉전기부터 이어져온 양국의 과거 군사협력과 맞물려 주목된다.

 

북한과 니카라과의 군사협력은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 직후부터 시작됐다. 미국 CIA 기밀해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980년대 니카라과에 경비정을 제공하고 군사교관을 파견했다. 1984년에는 오르테가 대통령의 동생이자 당시 국방장관이던 움베르토 오르테가가 평양을 방문해 무기 도입 문제를 논의했다.

 

1990년 산디니스타 정권의 선거 패배로 한동안 소원해졌던 양국 관계는 오르테가가 2007년 대통령에 복귀하면서 다시 가까워졌다. 관계 회복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23년 양측이 상호 대사관 설치에 합의하면서부터다. 니카라과는 이듬해 평양에 대사관을 열었고, 같은 해 주한 니카라과대사관은 철수했다.

 

이후 양국 간 고위급 교류도 잦아졌다. 니카라과는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브렌다 로차 최고선거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보냈다. 올해 6월에는 마르티네스 대사가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니카라과 친선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났고, 7월 산디니스타 혁명 승리 47주년 기념행사에는 함철남과 리성준이 친선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제15기에서는 14기 대의원이었던 함철남·김광욱에 이어 초선 김정혁·리성준까지 니카라과 친선위원회 활동에 나선 사실이 확인됐다. 친선위원회와 별도로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 인사의 니카라과 활동까지 포착된 만큼, 북한이 니카라과와의 관계를 어디까지 넓혀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