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와 의료기기, 매트리스 등 수백만원을 넘나드는 헬스케어 제품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던 매장에서 벗어나 직접 사용해보고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는 ‘체험형 공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라젬이 전국 110여곳의 카페형 체험 공간 ‘웰카페’를 멤버십 라운지 형태의 ‘웰라운지’로 새단장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코웨이는 올해 들어 체험형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바디프랜드도 전국 라운지를 기반으로 예약 체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가 제품일수록 온라인에서 가격과 사양만 비교하기보다 직접 누워보고 앉아본 뒤 구매를 결정하려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이다.
세라젬은 10일 전국 110여곳의 웰카페를 ‘웰라운지’로 새롭게 단장하고 전국 매장에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 웰카페가 음료를 마시면서 척추 의료기기 등을 부담 없이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웰라운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반복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멤버십형 공간이다.
웰라운지에서는 척추·운동·휴식·뷰티·순환·에너지·정신 등 세라젬이 구분한 ‘7-케어’ 영역별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매장도 마스터 V 컬렉션을 이용할 수 있는 척추존과 안마의자 파우제 M 컬렉션을 배치한 휴식존, 메디스파를 이용하는 뷰티존, 운동존, 순환존 등으로 세분화했다.
혈압과 뇌파, 스트레스 지수, 체성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세라체크존’도 운영한다.
단발성 체험에서 반복 방문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도 눈에 띈다. 웰니스권을 구매하면 주 3회, 하루 두 가지 7-케어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세라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웰니스권 이용률은 전년 동기보다 약 90% 증가했다.
전문 교육을 받은 ‘웰니스 코치’가 건강 상태와 관심 분야에 맞춰 제품과 사용법을 안내하는 방식도 강화했다.
체험 예약 단계부터 방문 목적이나 건강 고민, 제품 구매 시 중요하게 보는 가격·기능·효과·디자인 등을 입력하도록 해 실제 매장 상담과 연결한다.
기존 웰카페에서 제공하던 음료 구매 고객 대상 제품 1회 체험 서비스도 유지한다.
경쟁사들도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에만 브랜드 체험·판매 매장인 ‘코웨이갤러리’ 10곳을 새로 열었다. 이에 따라 전국 코웨이갤러리는 42곳으로 늘었다. 수도권뿐 아니라 영남과 호남까지 출점 지역을 넓혔다.
형태도 다양하다. 지역 거점형 로드숍과 백화점 직영점, 팝업스토어를 상권에 맞춰 운영한다.
핵심은 역시 ‘직접 체험’이다. 비렉스 침대와 안마의자처럼 누워보거나 실제 작동시켜봐야 차이를 알기 쉬운 제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의료기기 등도 한 공간에서 비교하고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백화점도 적극 파고들고 있다.
올해 1월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코웨이갤러리를 열어 비렉스 침대와 안마의자, 의료기기 등을 직접 비교하도록 했고, 3월에는 현대백화점 충청점에도 매장을 추가했다.
4월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실제 침실과 거실처럼 꾸민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제품만 일렬로 전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자신의 집에 제품을 들였을 때 모습을 가늠할 수 있도록 홈 스타일링까지 결합했다.
안마의자 시장에서 일찌감치 오프라인 체험을 강조해온 바디프랜드도 전국 라운지와 백화점 매장을 통해 제품 체험 예약을 받고 있다.
소비자는 방문할 라운지와 날짜를 고른 뒤 체험을 원하는 제품까지 사전에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라운지 체험 예약 자체를 프로모션과 연결하는 마케팅도 진행했다.
안마의자는 마사지 강도와 체형 적합성, 착좌감 등이 사람마다 크게 달라 실제 사용 경험이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표적인 제품이다.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같은 ‘체험 후 상담’ 방식은 헬스케어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G전자 베스트샵도 온라인에서 매장과 전문 매니저를 선택해 상담을 예약한 뒤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1대1 맞춤 상담을 받는 구매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베스트샵은 백화점 매장을 포함해 459곳 규모다.
결국 제품 가격이 높아지고 기능이 복잡해질수록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점’에서 ‘경험하는 곳’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특히 헬스케어 제품은 같은 기기라도 체형과 생활습관, 원하는 관리 부위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체험 시간을 제공해 제품 이해도를 높일수록 구매 전환뿐 아니라 구매 이후 사용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세라젬이 웰카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반복 방문과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결합한 웰라운지로 전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헬스케어 가전의 경쟁축이 제품 사양과 가격을 넘어 ‘얼마나 오래, 제대로 체험하게 하느냐’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웨이의 체험 매장 확장과 바디프랜드의 예약형 라운지 운영까지 맞물리면서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