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는 벽에 ‘조선만세’를 쓰거나 일왕에게 독립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것조차 죄가 됐다. 당시 ‘붉은 벽돌집’으로 불렸던 서대문형무소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이 혹독한 수감 생활 속에서도 저항을 이어갔고, 감옥 밖에서는 가족과 의료인, 변호사 등이 이들을 돕고 독립운동을 뒷받침했다.
이처럼 서대문형무소를 중심으로 감옥 안팎에서 이어진 독립운동과 연대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광복절부터 시작한 이번 전시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뿐 아니라 이들을 뒷바라지했던 가족들의 이야기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의 이면도 살펴볼 수 있다.
◆ 서대문형무소 안팎의 독립운동, 60여 점으로 만난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광복절인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에서 공동기획전 ‘붉은 벽돌집, 서대문형무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 박물관과 협력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는 ‘K-museums 공동기획전’의 67번째 전시다.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이어간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이들을 감옥 밖에서 지원한 가족과 사회 각계 인사들의 삶을 조명한다.
서대문형무소를 상징하는 붉은 벽돌부터 수형기록카드, 형무소 내 수감 규칙, 안창호의 옥중 편지 등 관련 자료 60여 점을 선보인다.
◆ ‘조선만세’도 죄였던 시대…감옥 안에서 이어진 저항
전시는 ‘감옥 안, 버티다’와 ‘감옥 밖, 보태다’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독립운동이 어떻게 ‘죄’로 규정됐는지를 보여준다. 독립운동 관련 죄목 161개 가운데 일부가 기록된 수형기록카드와 독립운동가를 압송할 때 사용한 용수 등이 전시된다.
당시에는 벽에 ‘조선만세’를 적거나 일왕에게 독립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었다. 수감자들에게 지급된 식사의 차이를 보여주는 ‘틀밥’과 1급수·4급수 감방 재현 공간, 강제노역 관련 사진과 한무성 애국지사의 강제노역전표 등도 공개된다.
혹독한 수감 생활 속에서도 이어진 저항의 기록도 만날 수 있다. 감방 벽을 두드려 의사를 전달한 ‘타벽통보법’에 대한이란 지사의 증언 영상과 옥중 만세운동, 단식동맹 등을 다룬 당시 신문 기사 등이 소개된다.
◆ 옥바라지부터 활명수까지…감옥 밖에서 이어진 연대
2부에서는 감옥 밖에서 독립운동을 뒷받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립운동가들이 가족에게 보낸 옥중 편지와 가족들의 ‘옥바라지’가 대표적이다. 특히 안창호가 아내 이혜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수감 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걱정했던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가족들이 추위를 견딜 솜과 사식을 수감자들에게 전달했던 기록도 소개된다.
독립운동가를 지원한 의료인과 변호사, 기업인들의 활동도 조명한다. 간호사 이정숙과 독립운동가를 변호한 김병로·후세 다쓰지, 활명수 판매 수익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한 민강 등의 이야기를 관련 사진과 활명수병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인 ‘붉은 벽돌집’은 1920~1930년대 사람들이 서대문형무소를 부르던 이름이다. 수감자들의 강제노동으로 쌓아 올린 붉은 벽돌은 식민지 억압의 상징인 동시에 독립을 위해 살아간 사람들의 기억을 품은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실제 독립운동의 현장이었던 서대문형무소 10옥사에서 열려 역사적 공간과 관련 자료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