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여름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그늘막과 생수를 비치하는 수준을 넘어 식음료·제약·안전용품 기업과 손잡고 근로자의 수분과 체온, 휴식까지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1구역 주택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롯데칠성음료와 ‘온열질환 대응 공동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음료차량이 투입됐다. 근로자들은 게토레이와 아이시스 생수, 이온음료 분말 등을 공급받았다. 온열질환 예방 상식 퀴즈를 맞힌 근로자에게는 쿨토시와 쿨타월 등 혹서기 안전용품도 제공했다.
김윤해 한화 건설부문 안전환경경영실장(CSO)은 현장을 돌며 물·그늘·휴식·보냉장구·응급조치 등 폭염 대응수칙 이행 상황도 점검했다.
한화와 롯데칠성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사는 지난해 4월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건설현장에 생수와 이온음료 분말을 지원해왔다.
폭염 대응을 매개로 한 건설사와 식음료업체의 협업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SK에코플랜트와 건설근로자 온열질환 예방 업무협약을 맺었다. 쿨타월과 냉찜질팩, 쿨토시 등 냉각용품과 이온음료 분말·음료를 지원하고, 현장에서 폭염 안전수칙을 익힐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 현장에는 게토레이와 아이시스, ‘2% 부족할 때’ 등이 공급된다.
금호건설도 지난 6월 롯데칠성음료와 손잡았다. 양사는 9월까지 전국 건설현장에서 ‘Heat Down, Safety Up’ 캠페인을 진행하며 생수와 이온음료, 쿨링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6월 오일근 대표가 경기 오산 ‘롯데캐슬 위너스포레’ 현장을 찾아 약 600명의 근로자에게 이온음료와 팥빙수, 냉각용품을 전달했다.
이처럼 음료업체 입장에서는 여름철 대표 제품인 생수와 이온음료를 실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와 연결할 수 있고, 건설사는 폭염 대응 물품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이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품군도 넓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전국 121개 현장을 대상으로 혹서기 특별점검과 온열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단순히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려제약과 연계해 폭염 취약 근로자에게 전해질 보충용 경구수액을 제공한다. 옥외 작업 근로자에게는 선풍기 조끼도 지급한다.
근로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에도 기술을 접목했다. 집중 관리 대상 근로자에게 체열 감지 웨어러블 장비를 적용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22개 언어로 제작한 119 신고요령 영상을 전 현장에 배포했다.
특히 올해는 근로자가 휴게시설을 이용한 뒤 이를 인증하면 혜택을 주는 ‘휴식 인증 인센티브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회사가 휴식을 지시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근로자가 스스로 폭염 시간대 휴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안전용품 기업과 손잡고 보냉장구 자체를 현장에서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물산과 K2 Safety는 지난 6월 경기 평택 현장에서 폭염 대비 안전보건 캠페인을 진행했다. 약 1만4000명의 현장 근로자가 보냉장구 선정 과정에 참여해 실제 착용감과 효과 등에 의견을 냈다.
수집된 의견을 노사협의체와 위험성평가 과정에 반영해 현장에 적합한 보냉장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장비를 지급하기보다 실제 사용하는 근로자의 평가를 구매와 안전관리 과정에 반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DL이앤씨도 ‘건강한 여름나기 1·2·3 캠페인’을 통해 오후 1시 취약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2시에는 30분간 쿨링타임을 운영하며, 3시에는 음료와 빙과류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간대별 대응 체계를 운영해왔다.
기업들의 대응이 강화되는 배경에는 제도 변화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은 시원한 물, 냉방장치, 휴식, 보냉장구 지급, 119 신고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현장 대응지침에서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작업시간 조정이나 옥외작업 단축, 35도 이상이면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 38도 이상인 ‘폭염중대경보’ 단계에서는 긴급조치를 제외한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한다.
지난 5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 등 시공능력 상위 20개 건설사 대표를 불러 폭염 대응책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정부가 대형 건설사에 공사 일정이나 공기보다 근로자 생명과 안전을 우선할 것을 주문하면서 현장 관리 기준도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의 폭염 대책도 결국 ‘무엇을 나눠주느냐’에서 ‘언제 일을 멈추고, 근로자의 상태를 어떻게 확인하느냐’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생수와 이온음료에서 시작된 기업 간 협업 역시 경구수액, 보냉장구, 웨어러블 장비와 휴식 관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기화하는 폭염 속에서 현장 안전 경쟁의 기준이 단순한 물품 지원이 아니라 실제 작업시간과 휴식, 응급대응 체계를 얼마나 바꾸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