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 20·30대가 새 고객으로 진입하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MMCA)을 찾은 10명 중 6명은 2030으로 집계됐다. 국내 아트페어 관람객을 조사해 보니 미술품을 산 적이 있는 이들 10명 중 4명이 30대 이하였다. 2030은 자산 규모가 작다 보니 1000만원 이하 작품을 주로 구매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고 작가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등 미술계에 신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16일 미술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 컬렉터가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특히 2030의 참여도가 높기로 손꼽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미술시장 소비자 조사: 아트페어 관람객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작품 구매 경험이 있는 이들 중 39.3%가 10∼30대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아트부산·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등 국내 7개 아트페어를 찾은 2362명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2362명 중 지난해 미술품을 사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26.3%였다. 구매 경험자 가운데 10대 이하의 비중은 3.6%, 20대는 20.4%, 30대는 25.2%에 달했다.
미술관 관람문화도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객은 337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 중 2030세대가 63.2%로 가장 많았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20일∼6월28일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에는 96일간 54만1889명이 찾아 서울관 역대 최다 관람 기록을 경신했다. 이 중 2030 관람객은 전체의 62%를 차지해 흥행 열풍을 이끌었다. 10대 관람객 비중도 12%나 됐다.
미술계에서 젊은 세대의 부상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세계 3대 경매사인 크리스티가 발표한 지난해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고객 비율은 33%로 전년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신규 응찰자와 구매자의 46%는 MZ세대였다.
2030이 미술계의 새 동력으로 본격 부상한 건 2020년대부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투자 열풍이 불면서 미술시장도 성장했다. 미술과 재테크를 합친 용어인 ‘아트테크’가 회자됐다. 당시 ‘이건희 컬렉션’ 기증도 미술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MZ세대의 경우 방탄소년단(BTS) 멤버 RM(본명 김남준)이 미술관 방문을 즐기면서 이에 영향받은 측면도 크다. RM은 올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직접 큐레이터로 참여해 자신의 소장품을 선보인다.
미술계 ‘큰손’은 여전히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이지만 2030은 미술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들의 특징으로는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소장품이나 취향을 공개하고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점이 꼽힌다. 자연스럽게 미술계에서 온라인 홍보의 중요성이 커졌다. 젊은 세대는 억대를 호가하는 원로 작가보다 신진 작가나 초현대미술(1974년 이후 출생 작가의 작품) 등 동시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다른 연령대보다 소득·자산이 높지 않아서다. 작품 구매를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도 강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 한국 미술품 구매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옥션·서울옥션·키아프 등의 고객 68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0·30대 응답자의 70.3%는 최근 5년간 작품 1점당 평균 구매가가 500만원 미만이었다. 78.9%는 최근 5년간 구매한 작품의 최고가가 1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또 11.5%는 작가가 운영하는 SNS·웹사이트를 통해 구매작 정보를 참고했다. 40·50대는 이 비율이 9.6%, 60대 이상은 3.3%에 그쳤다.
미술계에서는 젊은층의 유입이 장기적으로 미술 저변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수석경매사)는 “20·30대들이 경매 프리뷰를 꾸준히 많이 찾고 있다”며 “아직 구매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지만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미술) 저변을 다지는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고 전했다.
손 이사는 미술계 예비 컬렉터들에게 “내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의외로 알기 어렵기에 좋은 작품을 사려면 본인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미술은 시간예술이라 많이 봐야 미감과 안목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어 “작품의 미학적 측면에 대한 공감과 문화적 향유를 경험한 다음에, 내 생활 공간에 두고 싶은 작품이 생겼을 때 본인의 자산 규모 안에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구입하면 좋은 컬렉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