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단독] ‘주가조작 1호’ 대법行… 강제조사 적법성 도마에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공무원 강제처분 관행 첫 판단

당국 압수물 반환거부 쟁점 부상
법원서 1차 압색과정 위법 판단
새 영장 진행 2차 압색 적법 판단
피의자 ‘독수독과’ 논리로 재항고

대법원, 준항고 대상 인정할 경우
금융당국 조사 불복 증가 가능성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사건’의 수사 적법성 공방이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의 강제조사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는 다른 행정조사라는 점을 내세우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피의자 측은 검찰이 확보한 증거의 효력을 부인하며 양쪽 모두 불복 절차를 밟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뿐 아니라 향후 정부 기관의 강제조사 관행 전반에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차 압수’ 증거능력 공방

16일 법조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1호 사건 주요 피의자 중 한 명인 소액주주연합 대표 신모씨 측은 이달 14일 서울남부지법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법원이 신씨가 제기한 준항고를 일부만 받아들이자, 배척된 나머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준항고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에 반발해 법원에 이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로, 이 결정에도 불복하면 대법원에 재항고해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원심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같은 날 재항고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코스피 상장사 DI동일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세력에 대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단이 첫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법원은 대응단이 신씨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압수물에 대해 반환기한(10일)을 어기고 환부를 거부한 점을 위법하다고 보고 1차 압수처분을 취소했다. 반면 이 압수물을 바탕으로 검찰이 새로운 영장을 받아 진행한 2차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단절된 독립적 처분”이라며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신씨 측은 당국의 초기 압수에 중대한 하자가 인정됐음에도 검찰의 재압수만 적법하다고 분리해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서 파생된 후속 증거 역시 재판에 쓸 수 없다는 이른바 ‘독수독과’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선 학원장 김모씨 준항고 사건에서 금융위만 재항고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피의자도 불복에 나섰다.

검찰로서는 이번 결정이 유지될 경우 본안 수사에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구속영장 기각의 주요 사유 중 하나였던 절차적 흠결 논란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지난달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준항고 사건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던 만큼, 검찰이 법원에서 적법성을 인정받은 핵심 증거를 토대로 다시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행정조사 불복 빗장 풀리나

이번 사건은 행정부처 조사공무원의 강제처분이 불복 대상이 되는지를 가리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당국은 금융위 조사가 행정조사인 만큼 불복 청구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원심은 이를 적법한 절차로 인정했다.

대법원도 이번 사건을 준항고 대상으로 인정할 경우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향후 금융위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강제조사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처분을 두고 피의자들이 절차적 흠결을 문제 삼으며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 공무원의 처분도 준항고 절차에 편입되면 피의자들이 수사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사사건건 불복에 나서는 사례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강제조사 실무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간 금융위는 강제수사로 확보한 압수물을 돌려주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그대로 인계하는 방식을 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한 내에 압수물 원본을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이 확정된다면, 증거인멸 우려 등 초기 조사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