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라리가.”
유럽 4대(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중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라리가)가 가장 먼저 2026~2027시즌의 막을 올렸다. 16일(한국시간) 치러진 알라베스-헤타페전(알라베스 3-0 승)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간 한국 축구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유럽 프로축구 리그는 단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였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이 10년간 토트넘에서 활약한 데다 20개팀이 고르게 중계권료 등의 수익을 배분받는 EPL의 방식 때문에 리그의 경쟁력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2027시즌엔 EPL보다는 스페인의 라리가가 한국 축구팬들의 더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흥민이 지난해 여름 EPL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로 떠났고, 유일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였던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프턴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되면서 22일 개막할 2026~2027시즌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제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통해 손흥민에게서 한국 축구의 에이스 바통을 이어받은 ‘골든 보이’ 이강인이 세 시즌간 뛰었던 프랑스 리그1의 절대강자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나 라리가의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로 이적해 스페인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AT마드리드는 20일 오전 4시 홈구장인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말라가를 상대로 2026~2027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이강인의 3년 만의 라리가 공식 복귀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발렌시아 유스 출신으로 2021년까지 발렌시아에서 뛰었던 이강인은 2021~2022시즌부터 두 시즌 간 마요르카에서 활약하며 유망주의 껍질을 깼다. 이후 PSG에서 세 시즌 동안 리그1 우승 3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2회 등 굵직한 성과를 냈지만, 준주전 로테이션 멤버라는 한계로 인해 출전 시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이강인은 지난달 25일 AT마드리드 입단을 공식 확정했다. 이강인은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출전하며 AT마드리드 데뷔전을 치렀다.
이강인은 올여름 MLS 무대로 떠난 AT마드리드의 레전드이자 에이스였던 앙투안 그리에즈만(올랜도 시티)의 등번호 7번을 받았다. 그리에즈만은 AT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501경기에서 212골 101도움을 기록하며 수년간 AT마드리드의 공격의 핵심을 활약해 왔던 선수다.
그런 그리에즈만이 달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다는 건 그만큼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비롯해 구단 수뇌부로부터 팀의 핵심 전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프랑스 마르세유의 CEPAC 벨로드롬에서 열린 마르세유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아데몰라 루크먼 아래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36분간 뛰며 날카로운 킬러 패스를 비롯해 역습 상황에서 여러 차례 번뜩이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간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포워드로 뛰어왔던 이강인을 시메오네 감독은 맨시티와의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비롯해 이번 프리 시즌 친선경기에서도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정교한 볼 컨트롤과 패싱력, 드리블, 시야 등을 두루 갖춘 이강인에게 사실상 프리롤을 부여해 공격진의 핵심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AT마드리드는 PSG보다 규모나 리그 내 입지는 작은 팀이지만, 이강인은 확고부동한 주전 자리를 차지할 기회의 땅이다.
AT마드리드는 라리가 우승 11회, 코파 델 레이 우승 10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우승 3회 등을 기록한 명문이다. 라리가의 절대 양강인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와 함께 ‘라리가 3대장’으로도 꼽힌다.
2010년대 이후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라리가 우승 트로피를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AT마드리드만이 2013~2014시즌과 2020~2021시즌에 라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양강 구도에 약간의 균열을 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강인이 AT마드리드의 대체불가 자원으로 성장해 양강 구도를 다시 한번 깨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쉽지 않다. 글로벌 축구 콘텐츠 매체인 ‘스코어 90’이 내놓은 2026~2027시즌 라리가 우승 가능성에서는 3연패에 도전하는 바르셀로나가 54%, 레알 마드리드가 41%였고, AT마드리드는 고작 4%에 불과했다.
스페인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라리가가 개막하는 바람에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 개막전은 조금 늦춰진다. 라민 야말을 비롯해 스페인 대표팀에만 8명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28일 아틀레틱 빌바오와 첫 경기를 펼치고, 주드 벨링엄(잉글랜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속해 있는 레알 마드리드도 23일 에스파뇰전으로 라리가 개막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