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인공지능(AI) 교육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챗GPT에 질문하는 방법이나 보고서 작성법을 배우는 수준을 넘어 직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물류부터 전자·통신·제조까지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기업들은 생성형 AI 이용권만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내 데이터를 연결한 AI 플랫폼을 만들고 직원 교육까지 함께 강화하고 있다. AI를 얼마나 잘 개발하느냐 못지않게 현장에서 직원들이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진 임직원의 AI 교육 이수시간은 총 2329시간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교육에는 410명이 참여해 1395시간을 이수했고, 온라인 교육에는 389명이 참여해 934시간을 수강했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희망자를 대상으로 운영되지만 모집 정원을 넘겨 신청자가 몰릴 정도로 직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교육 내용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생성형 AI에서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부터 복잡한 코딩 없이 일상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 코딩’까지 단계별 교육이 진행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AI 활용 노하우를 나누는 ‘크런치 데이(Creative+Lunch)’와 AI가 산업을 어떻게 바꿀지 다루는 ‘AI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가상의 업무상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팀 미션 프로그램 ‘리그 오브 한진(LEAGUE of HANJIN)’도 마련했다.
하반기에는 교육의 무게 중심이 실무로 더 이동한다. 직원이 직접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만드는 ‘AI 에이전트 개발 과정’을 중심으로 교육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대량의 물류 데이터를 AI로 가공하는 데이터 분석 교육도 운영해 영업 제안서 작성이나 현장 업무 자동화 등에 활용한다. 모든 임직원이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 프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도 제공했다.
같은 물류업계의 CJ대한통운은 직원 교육을 넘어 자체 물류 데이터와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단계로 들어갔다.
CJ대한통운은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릿닷AI(Lit.AI)’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축적한 물류 데이터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센터 레이아웃 설계, 물류 운영 상담, 네트워크 운영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순 문서 작성 도구가 아니라 물류 현장의 의사결정에 AI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아예 임직원의 AI 교육을 단계별로 체계화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6월부터 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GenAI PowerUser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본 활용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서 시작해 직원이 직접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까지 4단계로 구성했다.
기초 단계인 1·2단계 과정은 DX부문 전 임직원이 수료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파이썬과 머신러닝, 딥러닝, 랭체인, 검색증강생성(RAG) 등을 가르치는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 당시 DX부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80% 이상이 해당 교육을 수료한 상태였다.
교육이 실제 제품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사내 AI 교육 과제를 통해 갤럭시 ‘굿락’ 앱에 AI 검색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한 검색 기능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에는 DX부문 임직원이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3종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입에 앞서 임직원 약 2500명을 대상으로 후보 서비스의 실효성을 검증했다.
AI를 교육 프로그램에서 일상 업무 도구로 바꾼 기업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을 전사 표준 업무 도구로 도입했다. 한 달 뒤인 6월 임직원 이용률은 80%를 넘어섰고 누적 프롬프트는 44만건을 돌파했다.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업무도 있다. 회사는 데이터 분류 작업에 코파일럿 내 클로드 모델을 적용해 분류 기준 설정과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관련 업무시간이 약 90% 줄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도 AI가 업무 맥락을 반영한 초안을 만들고 직원이 수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는 업무별로 사용하는 AI도 달라진다. 바이브 코딩에는 코덱스와 클로드 코드, 서비스 기획에는 피그마와 클로드, 콘텐츠 제작에는 제미나이를 활용하는 식이다. 하나의 생성형 AI를 모든 업무에 쓰기보다 직무에 맞는 AI를 조합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셈이다.
AI 활용 경쟁의 다음 단계는 ‘에이전트’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직원이 자신의 업무 방식을 AI에 직접 학습시켜 활용할 수 있는 ‘에이닷 비즈 코워크(A.Biz Cowork)’ 베타 버전을 사내에 적용했다.
업무를 지시하면 AI가 실행 계획을 세우고 코드 작성과 결과 검증까지 수행한다. 개발 지식이 없는 직원도 사용할 수 있고 한 번 익힌 업무 방식은 반복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올해 직원들이 현업 업무를 AI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생성형 AI 경진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생성형 AI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원이 실제 현장 과제를 AI 에이전트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스코그룹에서 사용하는 기업용 생성형 AI 플랫폼 ‘P-GPT’도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DX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GPT는 37개 그룹사, 2만여명이 이용하는 업무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기업 데이터와 지식자산을 생성형 AI와 연결하고 직원이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갖췄다.
기업들의 AI 인재 육성 전략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AI를 사용할 줄 아는 직원’을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직원이 자신이 맡은 업무를 AI로 재설계하고 자동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장에서 쌓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AI와 연결하고 실제 업무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갈지가 다음 경쟁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