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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서 찾은 ‘RNA 수명 연장 기술’…mRNA 백신·치료제 성능 높인다

IBS 연구팀,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337종 분석 연구
RNA 안정성·단백질 생산 높이는 조절 요소 23개 발굴
새 조절요소 ‘Pt1’ 적용하자 mRNA 수명 3배 늘어
테일론 작용 메커니즘. 기초과학연구원(IBS)
테일론 작용 메커니즘. 기초과학연구원(IBS)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유전정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원리를 활용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의 수명과 단백질 생산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은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337종의 리보핵산(RNA)을 대규모로 분석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이는 조절 요소와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m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된다. 특히 mRNA 끝부분의 ‘poly(A) 꼬리’가 짧아지면 분해가 빨라진다. 바이러스는 이런 RNA가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숙주 세포의 RNA 조절 효소를 이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297개 속, 337종의 유전체를 19만6277개 RNA 조각으로 나눠 대량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에 확인했던 ‘TENT4’ 효소를 활용해 RNA를 안정화하는 조절 요소가 여러 바이러스에서 폭넓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TENT4를 이용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이는 조절 요소 23개가 발견됐으며, 이들은 19개 바이러스 속에 걸쳐 분포했다.

바이러스에서 m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 효율을 높이는 조절 서열 스크리닝, 기초과학연구원(IBS)
바이러스에서 m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 효율을 높이는 조절 서열 스크리닝,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이 같은 조절 요소들이 계통적으로 서로 먼 바이러스에서도 나타나는 점을 토대로,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숙주의 RNA 조절 시스템을 활용하는 유사한 전략을 독립적으로 진화시켜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RNA 조절 요소도 발견됐다.

 

연구팀이 뱀장어 피코르나바이러스에서 찾아낸 ‘Pt1’은 poly(A) 꼬리를 만드는 효소인 PAP를 직접 끌어들여 짧아진 RNA 꼬리를 다시 연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숙주의 RNA 꼬리 조절 효소를 이용하는 RNA 조절 요소를 ‘테일론(tailon)’이라고 명명했다.

 

Pt1을 선형 mRNA에 적용한 결과 RNA의 poly(A) 꼬리가 60개에서 194개까지 늘었고, 세포 내 반감기도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선형 mRNA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형 RNA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테일론을 포함한 선형 mRNA는 투여 2주 뒤에도 신호가 관찰됐지만 대조군 mRNA는 하루가 지나면 신호가 거의 사라졌다.

 

테일론 선형 mRNA의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 측정. 기초과학연구원(IBS)
테일론 선형 mRNA의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 측정.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조절 요소가 별도의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원형 RNA와 달리 제조가 비교적 쉬운 선형 mRNA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mRNA 백신과 치료제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빛내리 단장은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이용하는 정교한 전략을 대규모로 밝혀낸 성과”라며 “발굴한 조절 요소들이 기존 mRNA 치료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약효 지속성을 높이는 분자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포(Cell)’에 지난 14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