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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간다더니…” 신혼집·창업자금 날린 개미, ‘36만 계좌’ 강제청산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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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코스피 1881포인트·22.19%↓…역대 세 번째 큰 월간 낙폭
30일까지 34%↓·31일 17.91%↑…15거래일 만에 7000선 회복
빚내 투자한 120만 계좌 ‘마진콜’…최대 36만 계좌 강제청산 추정

“500만원 간다더니?”

 

코스피는 지난 7월 한 달간 22.19% 급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불어났다. 연합뉴스
코스피는 지난 7월 한 달간 22.19% 급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불어났다. 연합뉴스

결혼을 앞둔 은행원 김모씨는 신혼집 마련에 보태려던 돈을 국내 기술주에 넣었다가 7월 한 달 동안 2000만원 가량을 잃었다. 그는 주식 거래 앱을 볼 때마다 사라진 돈이 떠오른다고 했다.

 

상반기 거침없이 치솟던 국내 증시가 7월 들어 방향을 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기술주에 자금이 몰렸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다. 영국 BBC는 13일(현지시간)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겪은 손실 사례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문제를 전했다.

 

◆한 달 만에 22% 빠졌다…그 안엔 34% 낙폭과 17.91% 폭등이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월 30일 8476.48에서 7월 31일 6595.45로 마감했다. 한 달 동안 1881.03포인트, 22.19% 떨어졌다. 월간 하락률로는 1997년 10월 외환위기(-27.25%),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23.13%)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컸다.

 

이 수치 하나로는 7월 증시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7월 30일까지 코스피 낙폭은 34.01%에 달했다. 이는 1997년 10월 기록도 넘어선 월간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01.89포인트(17.91%) 뛰어올랐다.

 

역대 최대 상승률·상승폭 기록이다. 외국인이 7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SK하이닉스는 29.95% 오른 171만80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2015년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이 종목의 첫 상한가였다. 하루 반등으로 월간 낙폭은 22.19%까지 줄었다.

 

급락의 충격은 반도체주에 큰돈을 넣었던 개인투자자들에게 직접 닿았다. 올해 초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의 절반가량을 SK하이닉스에 투자한 또 다른 김씨는 주가가 한때 매수가의 4배 수준까지 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현재 평가액은 약 3억원으로 고점 당시의 절반 수준까지 줄었다. 그는 주식 거래 앱을 볼 때마다 사라진 수익이 떠오른다며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사업을 준비하던 투자자도 있었다.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던 박모씨는 엔비디아 투자로 1000%가 넘는 수익률을 낸 뒤, 그 수익금을 SK하이닉스에 넣었다가 약 1만 달러(1400만원)의 손실을 봤다.

 

그 돈은 10월 퇴사 후 창업하려고 모아둔 자금이었다. 그는 “주가가 합리적인 이유만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며 “가끔은 도박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투자한 또 다른 박씨는 보유 현금 대부분을 주식에 넣었다. 한때 평가액이 45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봤다. 그는 “국내 증시를 믿었던 내가 바보 같았다”며 “이제는 장기로 가야 할 것 같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00만원 간다더니”…포모 뒤엔 ‘빚투’

 

급등장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개인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였다. 대학생 이모씨는 상반기 주가 상승을 지켜보다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껴 친구와 함께 SK하이닉스 투자에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으면서 시장에서는 주당 500만원 전망까지 확산했다.

 

실제로는 노무라증권이 제시한 목표가가 470만원이었는데도 ‘500만원’이라는 숫자가 시장에 더 널리 퍼졌다.

 

이씨는 지난 6월 주가가 300만원에 도달했을 때 팔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주변에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이 없었고, 주식을 사기 전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승장에서 몸집을 불린 레버리지 투자는 하락장에서 충격을 배가시켰다. 투자분석가 토비아스 레거는 수개월간 이어진 기술주 급등이 시장에 강한 낙관론을 만들어냈고,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지난 7월 13일 기준 국내 레버리지 개인투자 계좌 가운데 120만개 이상에서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약 32만~36만개 계좌는 완전히 청산된 것으로 추정됐다.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자금을 넣어야 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보유 주식이 강제로 처분된다. 주가가 오를 때 수익률을 끌어올리던 빚은, 방향이 뒤집히자 손실도 함께 키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변동성 키웠다

 

BBC가 주목한 또 다른 대목은 코스피의 지수 구조다. AI 투자 열풍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들 종목의 움직임이 지수 전체 변동성에 큰 영향을 줬다.

 

BBC는 코스피를 세계에서 변동성이 큰 주가지수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며 기술주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를 짚었다.

 

프랭크 벤짐라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주식전략 책임자는 기술주 비중이 높은 일본 닛케이225도 최근 코스피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종목 구성이 상대적으로 분산된 일본 TOPIX나 미국 증시에서는 한국과 같은 수준의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청산도 낙폭을 키운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현금 3000만원 없으면 추가 매수 못한다

 

금융당국도 레버리지 투자 문턱을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31일부터 국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는 개인 일반투자자에게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종전에는 1000만원 이상이었고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도 예탁금으로 인정됐지만, 지금은 현금만 인정된다. 당초 8월 시행 예정이던 조치를 시장 안정을 위해 앞당겼다.

 

금융위에 따르면 관련 상품 16종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두 달도 안 돼 약 2.7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주요 메모리 반도체 종목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한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장세가 반복되면 장기간 수익률의 두 배를 단순히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변동성에 따른 손실이 누적될 수 있어 일반 주식 장기 보유와는 성격이 다르다.

 

7월 코스피 급락과 마진콜 사태로 신혼집·창업 자금을 주식에 넣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상황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7월 코스피 급락과 마진콜 사태로 신혼집·창업 자금을 주식에 넣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상황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코스피는 8월 초 반등분을 일부 반납하며 6200선까지 밀렸다가, 외국인 매수세와 반도체 업황 우려 완화에 힘입어 닷새 연속 상승했다. 14일 6995.67로 출발해 장중 7010.86까지 오르며 15거래일 만에 7000선을 회복했다.

 

이후 상승폭을 줄여 전 거래일보다 164.60포인트(2.42%) 오른 6977.94에 거래를 마쳤다. 6월 30일 종가 8476.48과 비교하면 아직 17% 넘게 낮다.

 

김모씨는 여전히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사라진 돈을 떠올린다. 박씨는 주식을 팔지 못한 채 반등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