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에서 사 오거나 일부 수입식품 전문점에서 찾아야 했던 먹거리가 국내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들어오고 있다. 파스타와 디저트, 아이스크림은 물론 해외 유명 맛집의 대표 메뉴까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해외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외국산 제품’을 소비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지에서 실제 판매되는 브랜드와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유통업계도 해외 제품을 국내 취향에 맞춰 재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브랜드와 직접 손잡거나 완제품을 들여오는 직소싱에 힘을 싣고 있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6년도 수입식품 등 검사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식품은 165개국에서 87만4000여 건, 366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수입 건수는 전년보다 3.3%, 금액은 2.4% 증가했다. 수입 중량은 1933만t으로 0.3% 감소했지만 소비자들이 접하는 수입식품의 종류와 거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해외여행 등을 통해 현지 음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유통업체들의 해외 소싱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대중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의 유명 베이커리나 디저트, 맛집 브랜드까지 국내 판매망으로 끌어들이는 식이다.
수입 파스타 시장에서는 같은 듀럼밀 세몰리나로 만든 제품이라도 제조 방식과 식감 차이를 내세운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면·소스 전문기업 면사랑은 이탈리아 파스타 브랜드 ‘몰리자나(La Molisana)’와 튀르키예 앙카라사의 브랜드 ‘베로넬리(Veronelli)’를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두 브랜드는 파스타 반죽을 밀어내 형태를 만드는 성형 틀인 ‘다이(Die)’ 소재에서 차이가 난다.
전통적인 청동 소재의 브론즈 다이는 반죽이 틀을 통과하면서 마찰이 발생해 면 표면이 상대적으로 거칠게 만들어진다. 거친 표면에는 소스가 쉽게 달라붙어 볼로네제나 크림, 카르보나라, 아라비아따처럼 농도가 높거나 풍미가 진한 소스와 조합하기 좋다.
‘면사랑 몰리자나 스파게티’가 이런 브론즈 다이 방식의 특성을 앞세운 제품이다.
베로넬리 스파게티에는 상대적으로 마찰이 적은 테프론 다이가 활용된다. 표면이 매끄럽고 균일해 소스가 면을 두껍게 감싸기보다는 얇게 코팅되는 특성이 있다. 오일이나 봉골레처럼 비교적 가벼운 소스와 함께 먹기 좋은 이유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이탈리아 파스타’를 찾는 것을 넘어 소스와 조리법에 따라 면까지 골라 먹기 시작하면서 수입식품 경쟁도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편의점은 해외에서 이미 흥행한 제품을 빠르게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일본 유제품 기업 오하요유업과 협업해 프리미엄 디저트 아이스크림 ‘오하요 브륄레 밀크’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제품은 설탕을 캐러멜라이징해 만든 단단한 코팅을 깨고 내부 크림을 함께 먹는 프랑스 디저트 ‘크림 브륄레’를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했다.
오하요유업은 1953년 일본 오카야마에서 설립된 유제품 업체로 우유와 요구르트, 푸딩, 아이스크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오하요 브륄레는 2017년 일본 판매를 시작한 뒤 인기를 끌었고 2022년 일본 아이스크림 그랑프리 프리미엄 부문 1위에 오른 제품이다.
국내 소비자를 겨냥해 비슷한 맛의 제품을 새로 개발하는 대신 일본에서 검증된 제품 자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최근 유통업계의 해외 소싱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외 디저트를 둘러싼 편의점 경쟁은 세븐일레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CU는 지난해 일본 편의점에서 인기를 끈 ‘홋카이도 수플레 푸딩’을 국내에 단독 출시했다.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수플레 케이크와 푸딩을 결합한 제품으로, 현지 제품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국내 생산이 아닌 직수입 방식을 택했다.
특히 해외 냉장 디저트는 국내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 맛과 식감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CU는 약 6개월 동안 품질과 유통 테스트를 진행한 뒤 판매를 결정했다.
과거 편의점 수입식품이 과자나 음료 등 상온 보관 상품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냉장 디저트와 아이스크림 등 콜드체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의 해외 소싱은 개별 상품을 넘어 ‘현지 유명 맛집’을 국내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해외 유명 음식점과 직접 협업해 대표 메뉴를 상품으로 만드는 ‘직소싱 해외 맛집’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유명 피자 브랜드 ‘다미켈레’ 마르게리타 피자를 선보였고, 5월에는 태국 방콕의 팟타이 전문점 ‘팁사마이’의 팟타이 3종을 내놨다. 이어 지난달에는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독일 베이커리 브랜드 ‘디치(Ditsch)’의 프레첼까지 직수입했다.
1919년 설립된 디치는 반죽을 알칼리 용액에 담갔다 굽는 독일 전통 ‘라우겐’ 제빵 방식을 사용하는 프레첼 전문 브랜드다. 독일 공항과 기차역, 쇼핑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마트가 들여온 ‘디치 소금버터 프레첼 스틱’은 소금버터를 14.5% 넣었으며 전국 트레이더스와 SSG닷컴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서 선보인 다미켈레 피자는 출시 후 약 9000개, 팁사마이 팟타이는 약 1만2000개가 판매됐다. 이마트가 단발성 기획상품에 그치지 않고 세 번째 해외 맛집 제품으로 디치를 선택한 배경이다.
수입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들이 겨냥하는 지점도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에 없는 제품’이라는 희소성만으로도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었다면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알려진 브랜드인지, 현지에서 먹던 맛과 얼마나 비슷한지가 상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식품을 수출한 국가는 165개국에 달했다. 미국·중국·호주 등 상위 3개 국가가 전체 수입량의 55.2%를 차지했지만 SNS를 중심으로 특정 국가의 음식이 유행하면서 새로운 품목의 수입도 크게 움직였다.
지난해 ‘두바이 초콜릿’과 관련해 관심이 높아진 카다이프 수입량이 전년보다 340%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해외여행과 SNS를 통해 현지 음식을 먼저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해외 식품 소싱 역시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유명 국가의 식품을 수입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이미 팬층을 확보한 브랜드와 메뉴를 얼마나 빨리 발굴해 국내 유통망에 올리느냐가 새로운 상품 경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