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슐랭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법무부는 백악관으로부터 항상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진행자)
“아니요. 저는 그렇게 약속하지 않을 겁니다.”(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 법무장관인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NBC ‘밋더프레스’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백악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을 거부하고, 개별 기소 결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고려할 것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어떤 법무장관도 그런 약속을 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항상 맡은 일을 수행하고 모든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백악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개별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yes, of course)”라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후반부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 기소’가 계속될 가능이 높아진 것이다.
◆트럼프에 ‘충성’ 맹세한 법무장관
블랜치 법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법무장관이었던 팸 본디 전 법무장관이 지난 4월 해임된 뒤 대행 업무 수행을 거쳐 10일 취임했다. 취임선서를 한 직후인 14일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주 유세에 합류해 공화당 뉴욕 주지사 후보 브루스 블레이크먼을 지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에 정치적 경쟁자들에 대한 기소를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당시 본디 전 장관을 겨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 여러 정적을 즉각 기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기소 대상으로 언급된 인물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 등이다. 법무부는 이후 코미 전 국장과 제임스 전 장관을 기소했지만, 판사가 해당 사건들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4월 본디 전 장관이 해임될 당시 이유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그가 자신의 적으로 여기는 인물들을 기소하는데 지나치게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배경에서 블랜치 장관은 분명하게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기소 결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블랜치 장관은 지난 5월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도 “우리는 대통령으로부터 ‘정책 방향을’ 받는다”고 말했고, 4월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인플루언서 스티브 배넌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법무부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어떤식으로든 독립돼 있다는 생각’을 비판했다. 의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헌법을 근거로 들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며 법무부 역시 행정부에 속한다는 논리다.
다만 블랜치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것이 내 임무”라며 “나는 수년 동안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 NBC 인터뷰에서도 백악관이 법무부 업무에 개입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과장됐다며 “대통령이 아침에 일어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토드, X나 Y를 기소해’라고 말한다는 엄청나게 잘못된 이야기가 있다.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한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 출신
뉴욕남부연방검찰청(SDNY)에서 약 9년간 연방검사로 일한 블랜치 장관은 이후 로펌 변호사로 지내다가 2023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호를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2024년 대선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형사사건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던 때다.
상원 인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8일 상원의 블랜치 장관 인준 표결은 50대 49이었다. 공화당에서도 2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법무부의 권한 남용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예: 1월 6일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을 위한 18억 달러 규모의 보상기금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무조사와 관련해 광범위한 면책을 부여하는 합의에서 블랜치 장관이 법무장관 대행으로서 담당한 역할을 문제 삼았다. 몇 주간의 줄다리기 끝에 블랜치 장관은 자신이 앞서 내린 보상기금 설립 명령을 철회하고 세무조사 면책 합의의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문서화함으로써 일부 반대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