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3일간 경남 남해안 일대에 8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건물·학교 침수 등 비 피해가 속출했다.
거제에서는 17일 새벽 6시간 만에 500㎜가 넘는 기습적인 극한 호우가 쏟아져 아파트 저층이 토사에 묻혀 주민 1명이 숨지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이번 비로 당초 심각한 수준이었던 경남 남해안 지역의 가뭄은 사실상 해갈된 것으로 보인다.
17일 기상청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거제시의 누적 강수량은 813㎜에 달했다.
특히 이날 새벽부터 비구름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거제 장평동 일대에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6시간 동안에만 508.8㎜의 폭우가 퍼부었다.
오전 1시32분부터 1시간 동안에는 124.5㎜, 오전 3시 이후에는 시간당 110㎜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이 같은 기록적인 폭우의 여파로 이날 오전 4시32분쯤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인근 산비탈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쏟아져 내린 토사가 아파트 저층을 덮치면서 주민 1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고, 2명은 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비슷한 시각 통영시 산양읍에서도 산사태로 1명이 매몰됐다 구조되는 등 이번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와 주민 불편도 이어졌다. 거제시내 점포 유리창이 깨지거나 거센 물살에 도로 아스팔트가 뜯겨 나갔으며, 택시 운행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거제 장평동 등 8개 지역에서 82명의 주민이 대피했고, 이 가운데 50명은 아직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교육 시설 피해도 심각하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거제 외간초·장평초·거제애광학교 등 6곳과 통영 중·고교 및 유치원 6곳 등 총 12개 교육시설에서 건물과 운동장이 물에 잠기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도교육청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예비비 등을 긴급 투입해 신속한 응급 복구에 나섰다.
지자체의 대응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경남도는 전날 밤 거제 전 시민을 대상으로 선제적 안전 대피 권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데 이어 17일 18개 전 시‧군에 ‘2차 피해 방지’ 특별지시를 내렸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날 산사태 피해 현장인 옥포동 아파트와 주민들이 대피한 옥포성지중학교를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거제 지역에는 여전히 호우경보가 유지되고 있으나 양산·김해·밀양의 호우주의보와 남해안 강풍주의보는 해제되는 등 비구름은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비록 남해안 지역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겼지만, 이번 집중호우는 경남 전역을 짓누르던 극심한 가뭄을 해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7일 기준 경남 18개 시군의 농업용수 평균 저수율은 41.5%로, 연휴 전인 14일(32.2%) 대비 크게 올랐다.
특히 8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거제의 저수율은 14일 28.7%에서 17일 73.6%로 급상승해 평년 수준(78.2%)을 회복했다. 이로써 거제·통영·사천·고성·남해·창원 등 호우가 집중된 남해안 6개 시군은 가뭄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도 관계자는 “산사태나 침수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예찰과 사전 통제를 지속할 것"이라며 "지반이 많이 약해진 만큼 위험 지역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