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취임 1년을 한 달여 앞둔 11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기획예산처와의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에 대해 이런 소신을 밝혔다. 올해 초과세수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획처는 50년 넘게 이어져 온 내국세 연동제(20.79%)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기획처와의 조율은 최 장관이 풀어야 할 최대 난제 중 하나다
최 장관은 재정당국의 문제의식은 받아들이되, 안정적인 교육투자를 뒷받침해온 제도의 취지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내국세 연동제는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약속이라는 것이다. 그는 “초과세수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법대로 주세요’라고만 말할 수 없다”며 기획처의 고민에 일정 부분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제도의 근본 틀을 흔드는 것을 우려했다. 절충안으로는 내국세 연동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교부금에 일정 상한을 두고, 이를 넘어서는 재원을 고등·평생·영유아 교육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초·중등교육에 집중돼 있는 교육재정을 생애 전 주기로 확장해 변화한 교육 수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최 장관은 미래대응기금 활용 방안에서도 “교육을 빼고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재정 문제와 함께 ‘인공지능(AI) 교육 강화와 문해력 저하’의 딜레마 역시 최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다.
AI 활용이 일상화될수록 학생들이 긴 글을 읽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만큼, AI 활용 역량과 함께 문해력·사고력을 어떻게 키울지가 관건이다. 최 장관은 “AI와 디지털 매체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긴 글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문해력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AI 시대에는 단순 암기나 문제풀이 능력보다 문제해결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해법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다. 최 장관은 “오지선다형 풀이 방식은 더 이상 미래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함께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찾는 토론식 수업을 거쳐 자신만의 창의적인 생각을 써낼 때 비로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논술형 평가를 초등학교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해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최 장관과의 일문일답.
―다음 달이면 장관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난 1년은 AI 시대의 도래와 지역 균형발전, 저출생, 헌법 가치 실현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변화와 과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생애 전 주기에 걸친 AI 교육, 성장 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추진, 민주시민교육 등을 강화했다. 또 영유아 보육·교육의 국가책임과 초등돌봄 확대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하나씩 추진해 온 점에 보람을 느낀다.”
―최 장관만의 고유한 교육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다. 사람이 바뀌면 현장의 혼란만 가중할 수 있는 ‘∼표’ 정책을 남발하기보다는,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와 현안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장관으로서의 지론은 교육정책 추진 시 현장 의견을 수렴·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영유아 사교육·현장체험학습 등 현안 과제를 추진하며 현장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는 임기 안에 꼭 진전을 이루고 싶은 과제다.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는데.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상당 부분 제약돼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확대 범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특히 국민이 가장 염려하는 건 교실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교원단체를 비롯한 교사들이 ‘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필요하다면 제재 수단을 포함해서라도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대통령 공약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일 수는 없고,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둘러싸고 기획처와 이견이 있는데.
“초과세수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법대로 주세요’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내국세 연동제 20.79%는 안정적 교육투자를 위한 국가의 약속인 만큼, 제도의 의의와 취지가 정부 차원의 개편 방안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 미래대응기금 활용 방안에서도 교육을 빼고 논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내국세 연동의 큰 틀은 유지하되 교부금에 일정 상한을 두고 초과분은 고등·평생 및 영유아 교육에 활용해 생애 전 단계에 걸친 교육의 질을 대폭 높이겠다.”
―고등교육 국가 투자 확대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체감할 만한 정책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단순히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에 투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대학이 AI와 반도체 등 국가성장과 메가프로젝트를 선도하는 첨단인재를 양성하고,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또한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하고, 정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대학과 지역,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기존보다 대상 대학이 축소되는 등 진통을 겪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성장엔진, 메가프로젝트 등과 연계해 패키지로 집중 지원하는 3개교는 지역 여건과 대학 준비도 등을 고려해 범정부 협의회를 통해 3분기 중 선정 예정이다. 각 지역의 수요도 많지만, 원칙에 따라 선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지원 대상 대학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다.”
―지방 사립대 소외 우려도 있는데.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를 통해 거점국립대와 지역대학 간 교육과정 및 인프라를 공유하는 등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방 사립대학이 강점 분야 중심으로 특성화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및 규제완화 등 5년간(26∼30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거점국립대에 대한 투자가 다른 사립대, 전문대로 확산돼 모든 지역대학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정부가 수능과 내신에서의 서·논술형 문항 확대 방안을 밝히면서, 대입 개편이 화두로 떠올랐다.
“AI 시대에 단순 암기, 문제풀이 능력보다 문제해결력이 중요하다. 오지선다형 풀이 방식은 더 이상 미래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다만 대입제도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므로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쳐 방향과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교육부도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교육적 취지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
―내신 서·논술형 평가가 확대될 경우 채점 공정성과 AI 채점 시스템에 대한 부작용, 신종 사교육 기승 우려 등도 예상되는데.
“교사마다 채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국가 교육과정에 맞춰 교과별로 활용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교사가 AI의 도움을 받아 학생 답안을 보다 정확하고 일관되게 채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생이 서·논술형 평가를 학교 교육을 통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 사교육 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업무보고 때 대입제도 개편이 아닌, AI 활용 역량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이 대통령은 AI가 사람의 영역을 대체하는 시대를 넘어 인간이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로 가기 위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입시 제도만 바꾼다고 되는가, AI 시대에 맞는 교육을 진짜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이에 대해 대입제도 개편으로 답변을 한 게 동문서답 같지만, AI 시대 수업 변화가 평가와 떨어져 존재할 수는 없다. 향후 평가 체계가 서·논술형으로 전환되면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함께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찾는 토론식 수업을 거쳐 자신만의 창의적인 생각을 써낼 때 비로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AI 시대에 맞게 자신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발굴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수업과 평가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겠다.”
―AI 활용 교육 강화와 디지털 기술 도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교육 격차나 부작용에 대한 방지책은.
“학생들이 AI와 디지털 매체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인해 긴 글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문해력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교육부는 독서와 질문중심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의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증진하고자 한다. 또한 AI 활용 역량의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수교육, 이주배경 학생 등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953년 충남 보령 출생 ●공주대 국어교육학과 ●대전여중 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장·수석부위원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제2·3·4대 교육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8대 회장 ●교육부 장관

